서양 철학사 시작에 앞서
* 여러분의 철학 입문을 위해, 중요한 것을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입니다. 차분히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평소 하는 일 없이 책이나 읽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나에게, 여자 친구가 말했다.
* 참고로, 지금은 헤어진 지 꽤 됐다...
"나도 철학을 배워볼래"
뜻밖의 말이었다. 세상에! 철학에 관심이 생기고, 철학을 배워보고 싶다니? 추측컨대, 그 친구는 내 평소 행실들이 왜 그런 식인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 저런 말을 했던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말에 괜히 신이 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철학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지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럼, 나도 철학사를 다시 한번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너한테 입문용 철학사 책을 써줄게"
그리고 나는 그동안 공부한 것들, 그리고 읽어온 것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을 섞어서 철학사를 써보겠다고 결심했고, '오선비와 수경낭자의 시간 죽이기'라는 이름으로 입문자용 철학사 책을 실제로 썼다. 사실 이는 한 명의 독자만을 위해 쓴 책이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어주었으면 한다.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 글이 더 넓은 철학의 세계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주옵소서.
이는 명백히 입문자를 위한 철학사이므로, 너무 깊게 다루지는 않았다. 사실 이는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너무 쉽게 개론하게 되면 철학이 아닌 단순한 인생 길잡이 글이 될 가능성이 있고, 조금이라도 자세하게 들어가는 순간, 모두 도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는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가장 힘을 쏟았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은 모두 넣으려 했다.
기존에 시판되어 있는 쉽게 쓰였다는 여러 입문자용 철학책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렵기 마련이다. 나는 그와 같은 답습을 하지 않기 위해서 몇 가지 장치를 깔아놨다. 크게 두 가지의 장치를 깔아 두었는데, 다음과 같다.
1. 시대를 설정하고, 두 명의 등장인물을 설정했다.
시대는 조선시대이고, 등장인물은 오선비(나)와 수경낭자(전에 사귀었던 친구...)다. 매 챕터마다 이 두 명의 등장인물은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 그 챕터에서 다룰 철학적 개념을 몰래 숨겨두었다(정말 몰래 숨겨두었다). 플라톤 대화편의 오마주라면 오마주겠다. 시대 배경이 조선시대인 것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평소 선비 놀음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터라(씹선비 그런 거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캐릭터를 '오선비'로 설정한 것이 그 이유라면 이유다. 내 성씨가 오씨 이기도하다.
등장인물 소개
오선비
밥벌이도 안 하고, 낡고 해진 옷을 입은 채로 항상 저잣거리에 멍하니 앉아있는 선비이다.
수경낭자
조대감 댁 막내 규수, 최근 하는 일 없이 저잣거리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는 오선비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2. 명화들을 많이 넣었다.
나는 평소 철학을 공부할 때, 그림과 함께 공부한다. 어떤 그림들은 해석하기에 따라, 철학적인 개념을 아주 잘 설명해줄 때가 있다. 그 그림만 보면, 철학사상이 떠오르게 하는 나만의 철학 공부 방법론이다. 우리가 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그 영화의 OST만 들어도 영화 전체가 떠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가 철학자의 사상이라면, OST는 그림이다. 일종의 연상 법인 셈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그림들도 함께 접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체 철학사 라인은, 을유문화사. 스털링 P. 렘프레히트. 서양철학사를 많이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