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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Mar 30. 2018

오선비의 철학사 탐방 03.

고대철학 편 - 1. 철학적 물음의 시작


* 여러분의 철학 입문을 위해, 중요한 것을 담으면서도 최대한 쉽게 쓴 철학사입니다. 차분히 읽으시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선비는 오늘도 그저 저잣거리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문고를 뜯으며 교양 있게 자라난 조대감 댁 막내 규수인 수경낭자는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오선비가 마냥 한심해 보이지만,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지 괜한 호기심이 생겨 귀한 몸을 이끌고 저잣거리의 오선비에게 말을 걸게 된다. 이 것이 수경낭자와 오선비의 첫 만남이었다. 




수경낭자  호호 격식 있어 보이는 그대는 매일 이곳에 앉아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오선비  허허 격식은 무슨! 그저 앉아있을 뿐이오 낭자.     


수경낭자  그래도 내가 보기에 그저 앉아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무엇을 하시는지 저에게 살짝 귀띔해주시겠어요?     


오선비  허허 마침 심심한데 잘됐소. 그대는 도대체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시오?    

 

수경낭자  호호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는 물음이로군요? 아마도 이 세상은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세상은 무척이나 아름답지 않나요? 이렇게 꽃도 피고요.     


오선비  허허 세상이 아름답다니 역시 조대감 댁의 낭자 답 구려. 나는 사실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어서 그저 배고프기만 한 상태요. 그래서 사랑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소.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내게도 그 사랑을 좀 나누어주시겠소? 그대의 고운 입술이라든가...     


수경낭자  어멋!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무례하시군요! 저는 이만 아버님께 돌아가 봐야겠어요!    

 

오선비  껄껄껄




탈레스

 

 철학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가? 무엇이든 그 연원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는 알 수 없는 문제이다. 철학적 물음은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을 철학사적으로 개괄하려면 그 시작을 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철학사가들 간에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서양철학은 일반적으로 고대 희랍(지금의 그리스)의 탈레스라는 철학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입을 맞춘다.        


 탈레스의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탈레스에게 얽힌 두 가지의 일화를 이야기하려 한다. 



* 올리브 이야기

 항상 이상한 문제들에만 온 신경을 세우고 있는 탈레스에게 친구들이 물었다. "도대체가 그런 문제들을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금전적인 결과를 내는 것도 아니고, 너무 비생산적인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을 들은 탈레스는, 얼마 뒤 마을에 있는 올리브 짜는 기계들을 갑자기 사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당시는 올리브를 수확하기 전이어서 아주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친구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해, 올리브가 엄청난 풍년이었다. 탈레스는 별들을 관측하여, 올리브가 풍년일 것을 예측한 것이다. 그리고 탈레스는 올리브기름 짜는 기계를 사람들에게 세를 놓았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탈레스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철학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돈보다 높은 것을 열망하기에 돈에 관심이 없다." 물론 탈레스가 번 돈은 다시 환원했다고 한다.


* 우물에 빠진 이야기

 탈레스는 그날도 어김없이 밤하늘의 별들을 관측하고 있었다. 하늘만 보면서 걷고 있던 터라, 바로 자기 발밑의 우물을 못 보고 빠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그의 하인은 그를 비웃었다.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느라 자기 발밑도 못 봤군요?" 이 일화는, 그저 웃어 넘기기가 힘든 일화이다. 철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엄청난 경고이기도 하다. 그의 하인이 말했듯이, 철학자들은 밤하늘의 별(이상적인 것, 진리 등)들만 좇다 보니, 막상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현실적인 것, 경제적인 것 등)을 못 봤다는 것이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주 긍정할만한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별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땅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본론인 탈레스의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탈레스는 문득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세상의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다소 엉뚱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 세상의 만물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였다. 하지만 탈레스도 그저 직관적으로 이러한 답을 내어 놓은 것은 아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려 만물을 성장시켜주기 때문에 물이 없으면 이 땅의 모든 것은 말라죽을 것이기에 탈레스가 보기에 물이라는 것은 엄청난 생명력의 보고라고 느꼈던 것이다. 이러한 물음과 그 물음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탐구가 바로 철학적 사유의 시작인 것이다.                                                  


루벤스, <파리스의 심판>


 당시의 세계는 신화의 세계였다.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본 그리스 신화처럼 그 당시의 세계는 신들이 창조한 것이며 만물의 흐름 역시 그것을 주관하는 신들이 있기에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은 허용되었어도 탈레스의 물음인 "이 세상의 만물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물음은 상당히 도발적인 물음이었던 것이다. 그 물음은 마치 중세시대에 "신은 진정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탈레스의 이러한 물음은 모든 것을 신화적으로 해석하고 신에 의존하여 받아들여지던 세상을 인간의 입장에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이렇게 신과 인간 사이에 맺어져 있던 탯줄을 철학이라는 가위가 절단해버리고, 이제 인간은 신에게서 독립하게 된 것이다(물론 이것이 영원한 독립은 아니었다).                                               

고대 그리스의 7현인들

   

 탈레스의 물음 이후에 여러 철학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들고 세상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만물은 물이 아니라 어떤 규정할 수 없는 것, 무한적인 것인 아페이론(apeiron)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었고, "만물은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었고, "아니다. 만물은 물, 불, 공기, 흙의 4 원소로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말하는 철학자도 있었으며, 너무나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만물은 수의 조화 속에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만물(자연)을 이해하려는 철학적 시도를 하였던 철학자들을 우리는 '자연철학자'라고 말한다. 자연철학자들은 만물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인 아르케(arche)에 대하여 알고자 했던 것이다.


     



철학자 소개


탈레스

 '고대 그리스의 7현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만물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아낙시만드로스

 탈레스의 친구이자 제자였으며, 만물은 아페이론(apeiron)으로부터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아낙시메네스

 만물은 공기가 농후해지고, 희박해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엠페도클레스

 위의 3명의 철학자들처럼 한 가지의 요소에서 세상을 해석하지 않고, 4 원소를 주장하여 세상을 다원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피타고라스

 세상은 숫자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너무도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피타고라스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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