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마르크스만큼 사상계에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그만큼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저서들은 한 때 불온서적이었고, 읽게 되면, 아니 소유만 하고 있어도 공산당, 빨갱이 취급받았었다. 어쩌면 이 빨갱이라는 색깔론은 그때부터 시작된 걸 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한 번쯤은 꼭 읽어야 할 권장 서적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읽으면 뭔가 기분이 묘해진다.
마르크스가 살던 당대 사회는 근대적인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산업혁명의 시기였다.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사회적인 모순이 발생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회에서는 기존 봉건적인 구조가 무너지고, 왕족과 귀족이 몰락했다. 그리고 신흥세력인 부르주아의 영향력이 커져갔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기존의 상업자본을 거대 자본으로 변화시켰고, 기업의 형태로 변화했다. 반대로 자본을 가지지 못한 일반 계급의 사람들은 그들 밑에 복속되었다. 자본력을 가진 유산계급과 자본이 없어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 무산계급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마르크스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부분은,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감이었다. 이 소외감은 사람과 사람 간의 일반적인 소외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과의 관계에 대한 소외감이었다. 기존에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자신이 소유하며 또 이용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장의 인부로서 생산물을 만들고, 그 생산물들은 시장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즉 물건의 생산자와 이용자가 달랐던 것이다. 자신이 만들었는데 자신의 것이 아닌 상황, 내가 만든 물건에서 느끼는 소외감인 것이다. 내가 만들었는데, 나는 그것을 소유할 수가 없는 것이다(물론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생산방식과 구조가 기존의 틀을 무너뜨려버린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는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부터 이어져온 현상이었다.
마르크스는 어떤 식으로 자본가 계급이 일반 사람들을 착취하는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였다(물론 이것이 정말로 과학적인 방법이었는지는 논란이 많다). 사람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더 많은 일을 하고(잉여 노동), 그를 통해 얻어진 이익은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던 것이다. 과거에는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를 대놓고 약탈했다면, 이제는 교묘한 술수로 사람들을 약탈했던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세련된 야만이었다.
이러한 구조에는 큰 모순이 있었으며, 마르크스는 이를 바꾸기 위하여 '공산당 선언'으로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알렸다. 그 파장은 엄청났으며, 지역, 도시적인 단위가 아니라, 세계적인 단위로 운동이 일어났다. 후에는 '자본론'의 저서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참고로 공산당선언에는 유명한 구절들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 마르크스는 가슴을 뛰게 하는 글 하나는 정말 잘 쓴다고 생각한다. 두 구절만 소개해본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고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들이여, 단결하라!"
마르크스의 평생 조력자인 엥겔스와 함께 한, 프롤레타리아의 집결인 인터내셔널과 그 후의 활동, 그리고 헤겔과의 관련성 등 이야기해야 할 거리는 많지만, 이는 대략적인 개론이므로 이만 마무리 짓는다. 여기까지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