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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01. 2018

싱스트리트 명대사 TOP 5

영화 싱스트리트 中


 싱스트리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명장면보다는, 명대사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곱씹을수록 참 멋진 대사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고 이 글을 쓰게 됐다. TOP 5라고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건 순위가 아니라 5가지를 뽑은 것이고, 내 기준으로 뽑았다.




명대사 1. "나는 미래파야"


(상황)


 영화 내에서 남주는 밴드를 결성한다. 그리고 밴드원들을 찾아 나서고, 처음으로 연주자를 찾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연주자는 남주에게 어떤 음악을 할 예정인지 물어본다.



 남주가 "난 미래파야"라고 말했을 때, 나는 내심 생각하기에 미래파라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나 이상향을 미래에 굳건하게 세워두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의미가 아닐까라고 추측했었다. 그런데 난 남주의 대답에 약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어, 향수 같은 게 없는 거야" 정말 기가 막힌 대답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타지(他地)로 가거나, 해외로 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고향 땅, 고향의 친구들, 어머니, 아버지 등. 향수병이 도지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시들어진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지니까. 그런데 남주의 말처럼, 향수 같은 것이 없다면, 우리는 끊임없이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후에 추가로 말한다. "미래파는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만 가는 거야"




명대사 2. "누군가를 모를 때 더 궁금하기 마련이야"


(상황)


 여주에게 한눈에 반한 남주는, 여주를 생각하며 곡을 쓰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밴드의 연주자와 함께 어떤 콘셉트로, 어떤 곡을 쓰고 싶은지에 대해 회의한다. 우선 남주는 곡에 담아내고 싶은, 여주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말한다.



 참 낭만적인 대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특히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나와 다른 상대의 모습에 끌리고, 상대의 여러 모습들을 상상하고, 궁금해한다. 난 지금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적으니까, 그래서 더 알고 싶으니까. 마음껏, 그리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가슴이 뛴다. 


 하지만 서로 만나게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일종의 권태라는 것이 오게 된다. 이제 상대를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더 이상의 환상이 없고, 더 이상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 것이다. 마치 한 번 읽어버린 추리소설을 다시 한번 더 읽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특히나 연인관계에서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위해서, 그리고 둘의 관계를 위해서 상상할 수 있는 신비의 영역을 남겨줘야만 한다.


 우리가 읽는 것이 추리소설이라면, 당연히 마지막 장을 읽어야겠지만, 우리가 읽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의 마지막 장을 펼치지 않고 남겨두는 것도 낭만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명대사 3. "절대 적당히 해선 안돼"


(상황)


 밴드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바다로 간다. 뮤직비디오에서의 여주의 역할은,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다. 여주는 바다로 뛰어들었고, 살려달라고 소리친다. 놀란 남주는 여주를 구한 뒤, 말한다. "정말 수영 못해?"



 보다시피, 여주인공은 수영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다. 왜냐면 자신의 역할이 있고, 어떤 것을 위해서라면, 절대로 적당히 해서는 안되니까.


 난 이 장면을 보고,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내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하고, 망설였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무언가를 얻는다는 기대감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 큰 법이니까. 하지만 여주인공은 알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절대로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따위는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 목적이 좋은 목적이어야겠지만.




명대사 4. "Always"


(상황)


 남주는 여주를 위해 밤새 가사를 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사전 약속도 없이 연주자의 집에 찾아가 문들 두드린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충격적이고, 가슴 뛰는 대사였다. 남주는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곡 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연주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말한다. "물론이지" 사실 이는 한글 번역이고, 이는 영문 대사를 봐야 느낌이 더 온다. "Always", 이 짧은 "Always" 한 마디에 난 전율이 돋았다. 내가 어떤 도움을 청했을 때, "물론이지", "언제든지"라고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생각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Always"가 이렇게도 가슴 뛰고, 멋진 말이었던가?




명대사 5. "Now!", "Let's go! Got the key!"


(상황)


 남주와 여주는 드디어 결심을 한다. 꿈에 그리던 영국으로 넘어가기로. 그래서 부둣가에 정박해 있는 할아버지의 낡은 배를 타고 건너가려고 한다. 남주와 여주는 아무 준비 없이, 그날 새벽 형에게 불쑥 찾아가서, 부둣가까지 가야 하니 운전을 좀 해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한다.



 영화의 전체 주제와도 연결되는 이 마지막 장면은 매 순간순간이 명대사다. 언제 갈 거냐는 형의 말에, 남주와 여주는 동시에 말한다. "Now!" 이 대사에서는 진정한 미래파의 느낌이 난다. 두려움 따위는 없는 단호함이다. 그저 미래만을 바라보고, 과거의 향수에 매달리지 않는다.


 그리고 형은 또 묻는다. "영국에 아는 사람은 있어?" 동생은 대답한다. "없어" 이도 참 멋진 말이다. 아는 사람이 없다.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자기 자신뿐이다. 나는 이 대사를, 자기 자신을 믿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자신을 믿고 결정을 내린 모습이 너무 멋지다.


 형은 한바탕 웃고, 또 묻는다. "그럼 돈은 있어?" 이번엔 여주가 대답한다. "없어요" 그리고 남주는 말한다. "라피나는 사진을 갖고 있고, 나는 데모 테이프랑 비디오가 있어". 그들은 돈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가지고 있다. 난 사진과 데모 테이프, 비디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꿈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고 싶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그들은 자기 자신을 믿는다. 돈은 없지만, 그들은 꿈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가지의 강력한 원동력이, 이들을 거리낌 없이 바로 지금 떠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도 멋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다.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고민도 없이 지금 바로 떠난 다는 동생을, 형은 한바탕 웃어버리고, "Let's go! Got the key!"라고 말하며 믿어준다. 난 이 형의 결단이 너무도 멋지다.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누군가를 믿어준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저 장면에는 없지만,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뒷모습을 바라보 고면서, 형은 높게 점프를 뛰며, "yes! yes!"라고 소리 지른다. 그 모습 조차 멋있다.




 이 영화의 메인 ost제목은 'Go now'인데, 가사의 내용이 영화의 내용과 정말 직결된다. 금 당장 떠나라는 거다. 지금 아니면, 떠날 수가 없으니까. 어찌 됐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메인 ost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Go Now' 혹시 안 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내가 뽑은 싱스트리트의 명대사는 이 5가지다. 사실 이 외에도 명대사, 명장면이 많다. 여러분만의 명대사와 명장면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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