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선비 Apr 11. 2018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0.

시작에 앞서


 철학용어사전을 연재하기에 앞서, 내 이야기를 하나 하고, 연재 이유를 말하려 한다.


 철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당시, 나는 의욕이 상당히 넘쳐흘렀었다. 누구나 처음엔 의욕이 넘친다. 그래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등 이름만 무성하게 들어왔던 철학자들의 책을 바로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도서관에 가서 그들의 저서를 빌렸다. 그때 두 권을 빌렸던 기억인데, 한 권은 플라톤의 국가(정체)였고, 한 권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검색을 해보니 이 책들이 가장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나는 철학도가 되겠노라 다짐하면서, 두근대는 마음을 갖고 책을 펼쳤다.


 플라톤의 국가를 펼쳤고, 철학도의 꿈은 단숨에 사라져 버리고, 한 페이지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읽었다. 글은 눈에만 들어왔고, 머릿속으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어려웠다. 해도 해도 너무 어려웠다. 나는 좌절했다. 


 그리고 순수 이성이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비판을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칸트의 책을 열었다. 그리고 결과는 더 참담했다. 나는 그 무엇도 비판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사실 당시의 나는 평소 철학은커녕 인문학에 대한 기초 소양도 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1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순수이성비판은커녕, 나에 대한 비판만 실컷 했다.


 나는 또 한 번 검색을 통해서, 철학의 시작은 철학사가 제격이라는 글을 보고서는,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빌려온 책이, 렘브레히트의 서양철학사와 러셀의 서양철학사였다. 그리고 책을 펼쳤고, 읽을 수 없었고, 책을 덮었다. 나는 그날 밤, 멍청해도 너무 멍청한 나를 자책했다.


 다음 날 나는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을 하고, 중고생을 위한 철학 입문서를 읽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어느 정도 읽혔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읽어나갔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런 입문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용어 자체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렇다. 철학입문이 다른 학문보다 어려운 이유는, 바로 철학적인 용어들 때문이었다. 철학책을 보면, 순수하게 철학적인 용어들도 많이 있지만, 일상적인 용어도 꽤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일상적인 용어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뜻과 굉장히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읽히긴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적인 뜻과 철학적인 뜻 사이의 간극이 철학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다.


 감정과 감성을 예로 들어보자. 이 두 개념은 일상에서도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왜 이리 감정적이야?", "애플 감성 지렸습니다."


 살면서 한 번씩은 말해본 기억이 있는 문장일 것이다. 사실 일상에서는 감정과 감성은 거의 구분 없이 사용된다. 구분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철학에서는 완전히 다른 개념들이다. 일상에서는 구분 없는 말들이 철학책에서는 엄밀하게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으니,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철학책 독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철학을 시작할 때,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둘러보며 흥미를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지만, 하나하나의 개념들을 엄밀하게 따져보고, 정의해나가는 과정이 가장 좋은 철학 기초 놓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철학 용어사전을 연재하려 한다. 바로 여러분들을 위해서! 사실은 나를 위해서다... 나도 공부 좀 하자.


 무턱대고 개념들을 설명하면 중구난방이 되기 십상이니, 시중의 책을 기본으로 정리를 해 나가려 한다. 지금은 구하기 힘든 책인데, 동녘에서 출간된 '철학사전 - 인물들과 개념들'을 기본으로 하겠다. 입문 단계에서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게, 좀 더 읽기 편하게 편집을 할 예정이다. 과유불급이니, 하나의 연재당 하나의 개념만을 설명함이 좋을 것 같다.


 말이 길었는데, 어찌 됐든 이 철학 용어 사전 연재를 통해서 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