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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줌마 Dec 22. 2020

Jtbc 금, 토 드라마 '허쉬'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


‘침묵’이라는 뜻을 가진 드라마 ‘허쉬’

첫 방송을 시청했다면 단번에 ‘이 드라마는 이럴 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하고 추측해버리기 쉽지만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매 회가 지나면서부터 여러 색깔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암시적으로 드라마 제목과 다르게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미를 전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반면 윗선에서 미리 기사내용을 바꿀까봐 제목 그대로 비밀로 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큐대 잡는 날이 많은 ‘고인 물’ 기자와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생존형’ 인턴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그린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다.

제작진의 소개처럼 자칭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 불리는 한준혁(황정민) 기자와 인턴 인 이지수(윤아) 기자를 중심으로 매일한국이라는 신문사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그 사건들 가운데서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처음 신문사에 들어온 인턴 기자 4명 중 지방대 출신의 오수연(경수진) 기자가 인턴 중에서 자신만 정규직으로 가지 못하고 잘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날 선배 대신 당직을 하다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하면서부터 급박하게 전개되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위급한 순간이 되면 사람의 진심이 보인다는 말처럼, 그리고 기대하는 것처럼 바른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과 자신의 이익을 쫓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두 갈래로 나타나지만 순간순간 두 갈래의 모습은 다시 한 갈래로 바뀌었다가 어느 순간 또 다른 사람들과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지수는 선배인 한준혁 기자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동료였던 오수연의 죽음을 밝히라고 자극하지만 정작 본인은 인턴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에 조금은 불편하다.

차라리 대세를 따르려면 다른 인턴 기자들처럼 똑같이 행동을 해야 하는데 오수연의 장례식에 가지 말라는 엄성한(박호산) 부장의 명을 어기면서 장례식에는 가지만 정작 자신을 드러내지는 못한다. 

제작진은 분명 한준혁과 이지수를 같은 과로 묶으려 한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이지수 역시 인턴이라는 약한 입장이라는 것을 내세워 아직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준혁은 늘 개혁을 꿈꾸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실현해 낸 것이 없는데 자칭 기레기이면서 고인 물이고, 기사 하나 제대로 쓰지 않는데 지금껏 신문사에서 잘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우리는 생각하게 한다.

명문대 출신이어서? 아직은 그의 신상이 제대로 공개가 되지 않았는데 어느 윗선이 뒤를 봐 주어서?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 힘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드라마니까, 주인공이니까 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벌과 혈연, 지연으로 엮어진 사회, 사실보다는 어디,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진실, 그리고 가진 자들과 갖지 못한 자들의 연결고리는 늘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낚시꾼과 그것을 물면 죽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미끼를 물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오수연의 장례식을 보면서 조문실에 조화조차 제대로 꾸며 놓지 못한 서글픔이 보였다. 

그리고 기자의 본분으로 돌아가 6년 만에 올린 기사는 오수연의 부고 대신 남동생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고 그 소식에 수많은 취준생들의 공감으로 이루어진 조문 행렬에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공감은 어디서나 정화의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 육개장 한 그릇 정도는 먹어주는 게 고인과 잘 작별하는 거라는 말에도, 조문객으로 온 취준생들이 조의금 대신 직접 가방에 들고 온 사발면 하나에도, 그 어떤 대사보다 많은 의미로 전달이 되었다.

이제 4회까지 마쳤지만 기대된다는 의견과 함께 너무 반복되는 내용으로 지루하다, 늘어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식상하다는 등등의 많은 다른 의견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려운 곳을 잘 찾아 긁어주고, 어디서 왜 상처가 났는지 함께 관심 가져주고, 함께 하는 동료라면 친구라면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주길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드라마에서라도 맘껏 잘못된 것을 끄집어내어 제대로 밝히고, 투명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권력에, 재물에 무너지는 사람과 사회가 아니라 진실과 진정성 앞에서는 어느 것도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근 스포츠 용품 광고 중에 유명한 선수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보는 것은 잘하고, 멋진 모습들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잠도 못 자고, 새벽부터 추우나 더우나 끊임없이 반복된 훈련들이 완벽을 이루게 하고, 결국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우리가 좋은 것만 보려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그만큼의 노력 끝에 일궈낸 결과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하였다.

지금 우리가 보는 현실은 이렇게 보이는 것들로 만들어진 현실일지 모른다. 

최근 코로나로 변해버린 일상도 누군가 임의로 만들어 놓은 틀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자신의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대세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가 망했고, 예레미야서를 보면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라는 말씀이 있다.

이처럼 의인까지는 아니어도 약자여서, 가진 게 없어서, 먹고살아야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니까, ‘나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침묵의 ‘허쉬’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잠시 숨기지만 반드시 제대로 된 기사로 정의를 보여주려는 의도의 '허쉬'처럼 함께 공감하고, 반응하며 직접 가서 육개장을 먹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육개장 사발면 정도는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한준혁 기자와 이지수 기자는 같은 배를 탈 것이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정의가, 진실이 승리하는 나라와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럼, 나는 누구일까?

한준혁처럼 개혁을 외치는 자일까, 김기하(이승준) 팀장, 정세준(김원해) 팀장, 양윤경(유 선) 차장처럼 직접 개혁을 외치지는 못하지만 힘을 실어주고, 공감하며 동료로서의 본문은 잘 지키는 자일까, 이재은(백주희) 기자처럼 어디에나 빨대를 꽂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었는지, 나성원(손병호) 국장 같은 충견인지, 엄성한(박호선) 부장처럼 빠른 처세와 윗선에 잘 보여 동료들보다 빠른 출세에 으스대고 있는지, 힘은 없으나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내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여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여 결국 실패하는 최경우(정준원) 기자는 아닌지, 회사를 위하는 길이고, 모든 직원들은 가지고 있는 그림처럼 있어도, 없어도 별 차이가 없다는 식으로 직원들의 밥줄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갑질 중의 갑질을 하고 있는 박명환(김재철) 사장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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