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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줌마 Dec 30. 2020

소통

이웃 간의 소통이 되어버린 층간소음

주거지로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고,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대도시는 어디를 가나 높이 솟은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아파트를 세우고자 높이도 올라가고, 간격도 좁아지다 보니 그로 인한 일조권의 분쟁이나 층간소음 등 공동생활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층간소음이다.

층간소음으로 폭행은 물론 살인도 발생하는 걸 보면 층간소음의 문제는 아주 심각한데 방법이 없다.

기껏해야 경비실에 연락해서 하소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분쟁이 심해지면 대응책으로 아랫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우퍼스피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건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랫집은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만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간혹 있는 윗집에 대한 보복으로 윗집을 위한 법적인 보호가 많은 상태다 보니 이웃 간의 갈등은 심해지면 심해지지 결코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아침부터 윗집의 청소기 돌리는 소리, 운동하는 소리, 아이들의 뛰는 소리, 어른들의 쿵쿵거리는 걸음소리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여름이면 문이라도 활짝 열어 여러 소리들로 소음이 어느 정도 삭감되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정말 하루하루가 힘들다. 그럼에도 어쩌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하거나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해서 중화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데 그렇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같은 아파트에 15년 이상 살면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다. 

대부분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중년층 이상의 사람들이 많이 살다 보니 층간소음이라는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조차 안 해 보고 살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젊은 사람들이 이사 오면서 층간소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들이 이사 오면서 특히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는 밤낮없이 뛰고, 심지어 추운 겨울에는 거실에서 자전거까지 타는 경우도 있어서 경비실에 연락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늘 되돌아오는 소리는 ‘우리 아이들은 절대로 뛰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는 답변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올라가 따질 수도 없어서 그냥 넘기곤 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가 '춥다고 할머니가 나가지 말고 집에서 타라고 하여 거실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말을 묻지도 않는데 하여 아이에게 뭐라 할 수 없어 그냥 웃고 말았다.


가끔 윗집의 소음으로 힘들어하면 우리 아이들은 날보고 ‘낮이니까 봐줘야지, 청소하나 봐, 방학이니까 등등의 말로 이해하지 말라’며 세게 나가던지, 아니면 포기하고 살던지 하라며 속상해한다.     

나도 아이를 키웠고,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니 어쩔 수 없으나 그것도 적당한 선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처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그다음부터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가기에 사실 서로가 더 힘들어진다.

아랫집이라고 하여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윗집이라고 해서 마냥 주눅이 들 수는 없다. 

서로 미안해하는 맘만 잘 전달이 되어도 이웃 간에 인사도 나누며 더 조심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그냥 넘어가 주기도 하는 것인데 '무조건 아니다, 아이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식의 답변은 곤란하다.

또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새벽 1시에 장구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고 우리 집으로 인터폰이 온 적이 있다. 자다가 놀라서 인터폰을 받으니 혹시 장구를 치냐고 묻는다.

아마도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몰라서 경비실에서 찾는 중인가 본데 그로 인해 우리는 새벽 1시에 일어나 다들 잠을 설치고 어영부영 날밤을 새운 적도 있다.

누군가 장구를 쳤고, 그것이 시끄럽다고 어느 주민이 경비실에 연락을 하니 아마도 주변에서 찾느라 여기저기 어쩔 수 없이 인터폰을 하였고, 다음날 미안했다는 연락을 받으며 그 소리가 장구소리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잠결에 우리도 어렴풋이 들었으나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가 뒤늦게 장구소리라는 데 사실 놀랐다.

그 밤에 장구를 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아파트에서 말이다.     


이렇게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들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또 다른 소음과 환경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것 같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뉴스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이다.

처음에는 폭행이라는 말에도 놀랐는데 이제는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말에 우리는 그것도 익숙해지는 듯하고, 어쩌면 공감도 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더 민감해지는 분위기라서 사실 어른들만 있는 우리도 늘 조심을 하게 된다.

아파트라는 한 공간에 수십 명이 함께 거주하고, 또 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몇 년씩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데도 서로 아는 체를 안 한다.

처음부터 오래 같이 산 사람들은 서로 인사도 나누고, 한동안 안 보였으면 안부도 물어보고 하는데 최근에 이사를 온 사람들과는 잘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처음에 이사를 와서 팥 시루떡을 사서 돌렸었다. 그랬더니 몇 집에서는 다음날 주스 한 박스를 들고 와서 잘 먹었다는 인사를 전해주었다.

그 뒤로 서로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들어주며 잠시지만 엘리베이터 안에서 교제도 이루어지는데 최근에는 공사를 할 때만 이웃의 방문을 맞는다.


앞집과는 15년 사는 동안 늘 함께 살아서 서로 음식도 나누고, 시골이 친정이라며 다녀오면 우리 집 앞에 야채 꾸러미를 놓아준다.

그 안에는 배추 한 포기, 무 한 개, 대파 몇 뿌리, 밤 등등 제철에 나는 식재료들을 놓아주어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교회에 다니는 나는 부활절에는 계란을 삶아서,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매년 선물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올해만 부활절에 계란을 전하지 못했는데 코로나가 심할 때여서 혹시나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냥 생략하고, 대신에 케이크를 보냈다.

서로의 핸드폰 번호도 알고 있어서 수시로 안부인사도 나누고, 집을 며칠 비울 때는 서로 봐달라고 부탁도 하는 그런 이웃이 있어 든든하다.

아이들 결혼식에도 참석을 하여 축하를 해 주고, 이웃이지만 말 그대로 이웃사촌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서로의 불편함도 이해가 되고, 배려가 되어 아무 문제가 없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아이가 있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뛰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부모 입장에서 당연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사 오면서 먼저 아랫집과 앞집에는 최소한 아이랑 같이 인사를 하고 조심시키겠지만 이해해달라는 말 한 마디면 서로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텐데 꼭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상대방의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문제를 삼아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방송에서도 늘 말하기를 층간소음의 문제가 생기면 직접 대면하지 말고 경비실을 통해서 연락을 하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대면을 하게 되면 서로 불편해지고, 감정이 상하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엇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앞으로도 사람들은 아파트에 사는 걸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편리하고, 점점 좋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웃 간의 문제도 역시 더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것을 예견한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배려해야 하지만 소음을 주는 입장에서 한 발 앞서 양해를 구하고, 스스로 쉽게 할 수 있는 슬리퍼를 신고, 바닥에는 매트를 깔아서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이 더 좋다는 의미로 이웃사촌이라는 말까지 있지만 요사이 우리에게 이웃사촌이 과연 있는지 궁금하다.

이웃 간의 소통이 관심과 배려가 아니라 층간소음으로만 전해지는 시대가 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부에서도 그런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어떤 대책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서구에서는 내년 1월1일부터 '휴일 환경 불편 해소 기동반'을 운영한다고 한다. 공사현장에서 소음발생 시 기동반이 출동하여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하는데 공사현장이라는 제한된 장소도 이런 조치가 취해지는 거라면 아파트는 대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주거공간인데 그곳도 층간소음으로부터 보호되고, 조용한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랫집의 보복에만 대응을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나라들처럼 법적으로 소음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조치가 강화된다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자연 없어질 것이다. 

또한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도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10층 아래로 전부 몰아서 분양을 한다던지 하는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만큼 서로가 좀 더 공동생활을 잘하기 위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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