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의 영화 포스터를 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그리고 ‘전 미국을 울린 행복한 만남‘이라고 쓰여 있는데 ’ 블라인드 사이드‘ 영화에 가장 잘 맞게 설명한 것 같다.
이제 이틀을 남겨두고 2020년 한 해를 보내면서 다른 어느 해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바뀐 일상은 모든 것을 불안하게 한다.
이전에 가졌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걱정과는 다르게 무엇 하나 마음먹은 대로,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올해에 하지 못한 일들이나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자신감도 없어지고, 시작도 하기 전에 불안하기만 한 것이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와 희망을 담아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한 편을 '넷플릭스'에서 선택하여 보았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2009년에 개봉한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의 이야기로 ‘마이클 루이스’의 실화를 다룬 미국 스포츠 영화다. 스포츠 영화이면서 미식 축수 선수 이야기이기에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편견도 생길 수 있으나 스포츠에 관심이 없고, 미식축구에 대해 잘 몰라도 ‘블라인드 사이드’가 전하는 감동은 전혀 다른 환경과 사회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제목처럼 우리의 삶에 갑자기 훅 들어와 우리의 감정을 공격하는 영화다.
큰 몸집으로 ‘빅 마이클’(퀸튼 애런)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마이클 오어’는 흑인으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겪었다. 몸을 파는 엄마로부터 수많은 형제들이 있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엄마의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형제들이 서로 흩어지게 되어 어디서 사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큰 몸집에 비해 남다른 운동신경을 가진 것을 우연히 사립학교의 미식축구 코치가 보게 되어 스카우트를 하지만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마이클은 성적 미달로 운동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마지막으로 돌봐주던 가정에서 부부가 자신으로 인해 싸우는 것을 보고 또 슬며시 그 집을 나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이클의 이런 행동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별명이 되어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로 불리기도 한다.
늘 손에는 옷가지 몇 개가 담겨있는 비닐봉지 하나가 들려있고 추수감사절 시즌이라 날이 제법 추운데 허름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그나마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학교의 체육관으로 가던 중 리앤(산드라 블록)을 만나게 된다.
리앤의 가족은 미국의 전형적인 와스프(WASP) 즉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들로 전통적인 미국인이며 미국 상류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정의 사람들이다.
그런 리앤이 다른 날도 아닌 추수감사절에 여름복장을 하고 지나가는 마이클을 보고는 마음이 편치 않아 하룻밤 재우기 위해 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큰 덩치로 인해 침대가 주저앉을까 봐 소파에서 재우는 거라는 등의 변명을 하며 혹시 도둑질을 해 가는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사라지는 아이'라는 별명처럼, 어쩌면 자기를 싫어하는 말들을 또 들을까 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새 잠자리를 잘 정리해 놓고 집을 나간 마이클을 발견하고는 다시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식사를 하고, ‘도둑질을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가졌던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당분간 자기 집에 머물라고 하면서 마이클과의 동거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이클에 대한 관심과 그의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고 스포츠를 즐기는 가족들은 마이클에게 갖는 기대가 커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모교인 미시시피대학으로 보내기 위해 집중적인 훈련과 부족한 수업 점수를 채우기 위해 개인과외까지 시키며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렇지만 서로를 잘 모르기에 오해도 생기고, 반면 이해하기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들이 영화의 중간중간 삽입이 되는데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준 적이 없다는 말에 자신의 아들 SJ(제이 헤드)와 함께 듣도록 아들이 좋아했던 동화책을 읽어주는 모습, 크리스마스 카드에 붙일 가족사진을 찍으며 마이클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하는 모습, 옷을 사주어도 마이클의 취향과 보호자로 나서면서 친모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들은 실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영화니까 하는 생각들이 들게 한다.
선의를 베푼다는 것이 어디에,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는데 리앤은 자신의 선행으로 혹여 가족들이 불편할까 봐 남편인 션(팀 맥그로우)에게도 끊임없이 물으며 함께 응원하고 동참해 주기를 바라고, 딸인 콜린스(릴리 콜린스)에게도 물으며 독단적인 행동이 아닌 가족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기 바란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대 의견을 가질 수 있는데 가족 모두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은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생각과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못돼 먹었다는 편견도, 잘난 체를 하는 모습도 없어 평소 가정교육의 중요함도 알게 한다.
그리고 '아랫동네'라고 불리는 마이클이 사는 흑인들만의 지역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것이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쌍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게 한다. 백인들은 흑인들이 위험하다 생각하고, 흑인들은 백인들이 자신들을 나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어느 나라에서나 여러 이유들로 겪을 수 있는 갈등 중의 하나겠지만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대한 갈등을 보게 된다.
리앤의 밀어붙이는 행동과 거침없는 행보는 그가 가지고 있는 부와 힘이 원천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기에 그 용기와 자신감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우리도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달란트가 있을 텐데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은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에 더 집착하는 경우들이 많고, 재력이 곧 모든 것의 으뜸이라는 생각이 언제부터 만연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겪는 일상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여 별다른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것 또한 알게 한다.
마이클 오어는 “나보다 더 큰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 꿈을 펼치지 못한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면, 그 사람에겐 희망이 생긴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였단다.
‘존 리 핸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을 기대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실화이기에 더 큰 감동이 있는 영화, 세상을 울린 행복한 영화라는 수많은 수식어가 달려 있지만 그 모든 말들 중에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것이 한 집에 산다는 것만으로, 무엇이든지 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부모가 낳은 자식이라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과 인생을 인정해 주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하고, 남을 위한 배려와 관심, 선행 역시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꿈을 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에 의욕도, 용기도 없는데 영화처럼 내게도 마이클에게처럼 리앤 같은 사람이 찾아와 줄까 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리앤 같은 사람이 되면 어떨까 라는 작은 용기를 가져본다.
그리고 힘든 한 해를 보낸 우리 모두에게도 마이클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던 기회와 희망이 다가와 어쩔 수 없었던 불안을 대신하여 닫힌 마음을 열고,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과 내일이 활짝 꽃 피우는 그날을 같이 기대하며 더불어 명예를 위한 일에도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