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리포트
'며느리 리포트'라는 책을 한 권 쓰고 주변에서 이것을 접한 분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누구에게 유익한가?'라는 것이다.
아마도 제목에서 며느리에게 주면 좋을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며느리보다는 시부모가 먼저 보면 좋다는 생각이다.
내 나이가 시어머니라면 아주 초보 시어머니의 위치가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며느리의 위치에 있다고 하기에는 며느리로서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중간 위치쯤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어머니나 며느리라는 입장의 어느 한 곳에 머물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되지만 경험적으로는 어른인 시부모가 마음이던, 생각이던, 행동이던 먼저 이해하는 것이 모범이 될 뿐 아니라 집안의 위계질서를 잡는데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착한 며느리라도 무조건적으로 시어른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다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또한 요즘에 그런 며느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며느리 리포트'에서도 철없는 20대의 며느리가 시가살이를 하면서 시부모로부터 받은 모습에서 영향을 받아 조금씩 바뀌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러면 어른이라고 해서 무조건 참아주고, 배려해야 할까?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
단지 하나씩 바꾸어간다면 상대방도 바뀌게 되고 나머지는 저절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부분의 갈등을 쥐고 있는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며느리와 시부모 역시 소통의 부재가 가지고 온 갈등이 가장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말'이다.
'말'은 그 사람을 대신 표현해주는 인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우리는 순간 욱~하는 마음에 수많은 말의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나 신앙을 가진 사람은 더 조심을 해야 하기에 스스로 여러 곳에서 걸림돌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도 가장 많은 시험에 들게 하는 것 역시 행동이 아닌 '말'이다.
'말'이 그 사람의 전체를 대변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 것이 평소에 사용하는 말이 아닌 표현하는 말을 통해 상대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말을 가지고 상대방을 측정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거친 표현이나 요즘 사용하는 은어들을 사용한다고 상대방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표현하는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어떤 말을 평소에 하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싸움을 할 때도 사실 엄청난 일을 가지고 하지는 않는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시작을 해서 과거까지 들춰내며 별 것이 아닌 것에서 심하게 진전이 되는 경우도 아마 대부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무심히 던진 시부모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닫고 외면해 버리면서 점점 더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중에 '친정에서 그렇게 배웠냐?' '너네 집은 그렇게 하니' '넌 뭘 배웠니' 등등의 말들은 사실 칼만 들지 않았지 칼을 들고 상처를 주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사실 있을까 싶은데 드라마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말의 대표 격이다.
친구 중에 참 예쁜 말을 사용하는 친구가 있다.
친구 사이라도 그중에 좀 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고, 좀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친구들이 있는데 대부분 표현하는 말이 예쁜 친구들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별로 들지 않아 '난 걔의 그런 표현들이 별로야'라고 말하면 '진심은 아닐 거야' '잘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라고 늘 두둔하는 말을 하여 불편함을 주었던 말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경우다.
나 역시도 그런 적이 있는데 나 자신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보고 반성하게 해 준 친구가 내 친구라는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경우다.
이처럼 편하면 편한 친구 사이에서도, 부부사이에서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도 생기는 불편함은 대부분 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며느리 리포트'에서는 그런 말에 대한 어른으로서, 시부모로서의 지혜가 담겨있다.
명령어가 아닌 청유형의 표현들~
그리고 아들이 아닌 며느리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대우하는 행동~
실수에 대해서는 그것이 며느리일지라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은 아무리 막돼먹은 며느리라도 자신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그래서 '며느리 리포트'는 어른들이, 특히 시부모들이 먼저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해를 맞아 새롭게 며느리나 사위를 새사람으로 맞이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읽기에 그리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술술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