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식사 -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아가씨의 식사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by 와니와 준하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 큰 솥에 잔치국수를 삶다가 펑펑 울고 싶다 아름다운 것은 아무것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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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위 문장: 박지웅,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중 「일요일 아침 아홉시에는」에서 인용.


어린 시절 나는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에 기묘한 집착이 있었다. 누가 깨우지 않아도 척척 9시에 일어나는 어린이! 스스로 척척 일찍 일어나면 그날은 시작이 좋았다. 기분 좋게 이불도 개고, 기지개도 편 후 한가한 주말 오전을 즐겼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어깨를 두드려 주는 누군가 없이 벌떡 기상하는 건 어려운 법. 대다수의 경우 나는 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부산스러운 소리에 일어나서 짜증을 내는 역할이었다. 그때는 신체 발달에 따라 적정 수면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집안에서 막내인 내가 잠이 가장 많은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턱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린 시절의 주말 아침은 분노에 차 있었다. (가끔은 눈물까지 흘렸다.) 홀로 늦게까지 누워있기라도 하면 어찌나 억울하고 화가 나던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일요일 정오에 가까운 시각, 부름을 받고 숟가락을 놓으러 나가는 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아침 식사였다.


그러니 알 만할 것이다. 나에게 완벽한 일요일 아침이란 무엇인지를. 서두르지 않았는데도 여유롭고, 평소보다 특별하고 달콤한 식사를 곁들인 주말 아침이 언젠가 나에게도 찾아올까? 자주 궁금했다. 메이플 시럽을 좋아하는 곰을 키우는 동화책 속 소년의 아침 식사처럼. 큼직한 버터 한 조각과 시럽에 젖은 핫케이크 더미나, 숟가락으로 톡톡 깨서 빵을 찍어 먹는 반숙란, 졸인 콩과 구운 소시지, 혹은 양배추 수프. 동화책 속 묘사를 보며 상상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식사는 느긋하고 나른한 주말 아침에 어울린다고 믿게 되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일찍 일어난 아침, 눈을 비비며 서늘한 거실에 나와 근사한 아침을 먹고 싶었다.


그때보다야 키도 머리도 큰 지금, 가족과 함께 안방에서 잠들던 시절만큼 그런 기분을 자주 느끼지는 않는다. 주말에는 주로 될 수 있는 대로 늦잠을 잔다. 그러다 가끔 눈이 일찍 떠지기도 한다. 엷은 모래색의 집안에서 홀로 눈을 뜨는 기분은 늘 선명하게 떠오른다. 거실에 나가면 아무도 없어서 시간도 모르고 앉아있곤 한다. 어제 엄마가 닦아 광을 냈을 식물의 이파리를 본다. 눈곱 떼는 것도 잊고, 커피 탈 물을 끓이는 것도 미뤄두고. 거실에 웅크리고 앉아있노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이 찾아온다. 기숙사 좁은 방에서 맞이한 날에 쉽게 느낄 수 없는 평온이.


친절하게도, 그런 평온은 예상치 못한 때에도 온다. 아주 가끔 찾아오는, 저절로 눈이 떠진 일요일 오전처럼…. 그런 건 비단 메뉴나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서, 시험을 두 시간 앞두고 초연해진 아침 먹는 맥모닝이나, 시간을 쪼개 과제를 하는 저녁에도 찾아오곤 한다. 그러면 나는 아르바이트 가기 전 작은 카페에서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나폴리탄을 떠올리게 된다. 그날도 수영이 끝나고 나오는 길이었다. 부정기적으로 문을 늦게 열어서 자주 문 앞에서 뒤돌아야 했던 바로 그 카페였다. 탈의실 앞 신발을 신으며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문, 열었겠지? 다행히 신호음 몇 번에 전화는 연결되었다. 혹시 지금 나폴리탄 되나요… 15분쯤 걸려요. 네, 네. 감사합니다. 됐다. 호시탐탐 노리던 카페를 드디어 가보게 된 거다. 그것도 아침 8시 3분에!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온 관운장의 마음으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폴리탄이 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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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도착하니 출근 한 시간 전.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는 구태여 이어폰을 꽂지 않고 앉았다. 실내도 더워서 회전하는 선풍기 바람만 기다리게 되는 날씨였다. 카페 안 점잖은 강아지를 훔쳐보는 아침. 커피와 나폴리탄이 나오기 전까지 친구에게 빌린 책을 읽었다. 차가운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포크에 뜨거운 나폴리탄을 돌돌 말았다. 깨진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아주 느린 속도로 식사를 마쳤다. 상기된 볼이 식어 있었다. 출근 전 아침이라 자주 시계를 들여다봐야 했지만, 카페 안에 깔린 어둠이 낯설지 않았다.


여전히 주말을 버찌로 만든 파이나 당밀 타르트, 혹은 부드럽고 흰 빵과 베이컨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나폴리탄과 함께한 아침에 생각했다. 어디서 무엇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할지 어른이 되면 고를 수 있게 되는구나. 어린 시절 이걸 알았다면 조금 더 즐겁게, 자주 상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준하입니다. 오늘은 제가 어떤 어린이였는지를 열심히 떠올리며 쓴 글로 인사드려요. 해리포터나 빨간머리 앤, 기억나지 않는 많은 동화책을 읽으며 꿈꾼 아침식사가 있으셨는지요? 어쩐지 지금 생각해도 달콤한 기억입니다….

다음 주에는, 꾸준히 말하고 있는, 부엌없는 삶의 애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방이 떨어져나간 생활 역시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삶의 지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자라온 지역을 떠나게 되는 것처럼요. 다음주에도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이야기 두 편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갈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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