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식사 -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아가씨의 식사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by 와니와 준하


안녕하세요, 와니입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의 주제는 <꿈에 그리는 일요일 아침 식사>입니다. 모두에게 하나쯤은 주말 아침 부스스한 얼굴일 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있지요. 저는 여기에 있어서는 꽤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갑자기 도착한 소포 하나로 시작됩니다. 그 소포 덕분에 저는 일요일 아침 식사에 대한 저만의 이상을 더더욱 부풀릴 수 있었답니다. 과연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꿈은 커져만 갑니다…


8월에 준하가 난데없이 우리 집으로 소포를 보낸다고 했다. 나는 실은 별 거 아닌 시험 하나를 준비하느라 필요 이상으로 들뜨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아 비틀거리고 있었고, 그런 매일의 어려움을 메신저로 준하에게 털어놓으며 미안해하던 중이었다. 줄곧 집 없이 기숙사 생활을 한지 5년이 지나 휴학을 하고 드디어 부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마음먹은 만큼 멋진 점심을 차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가끔 직접 만든 식사가 주는 만족감은 가끔밖에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준하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중고서점 로고가 붙은 포장을 뜯으니 전부터 갖고 싶었던 책인 히라노 유키코의 <1인분 프렌치 요리>였다. 준하와 만났을 때 지하철역 안의 중고서점 매장을 구경하다가 ‘갖고 싶은데 지금은 절판’이라고 말했던 그 책. 중고 판매가는 원래 값의 절반이었지만, 좀처럼 요리할 일이 생기지 않을 듯했고, 의외로 값이 비싸지 않아서 되려 살 마음을 먹지 못했던 그 책이었다.


소포를 뜯자마자 일단 ‘잘 도착했다’고 준하에게 보내기 위한 사진을 찍은 다음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들춰보았다. ‘프렌치 요리’라는 이름은 요리 초보자들에게 복잡한 기술과 구하기 어려운 재료의 이름들을 떠오르게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책의 두께처럼 <1인분 프렌치 요리>는 조리대 앞에 선 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책은 아니다. 요리를 하건 아니건 레시피 읽기를 사랑하는 요리책 애호가들이 선망한다는 책인 줄리아 차일드의 <프렌치 요리의 기술>처럼 본격적인 요리 실력이나 커다란 냄비 세 개가 필요한 요리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심플하고 우아하게 즐기는 나만의 작은 사치’라는 부제처럼 <1인분 프렌치 요리>에 실린 레시피는 그리 어렵지 않게 1인분에 걸맞은 양을 만들 수 있도록 쓰여 있다. 책 제목을 어디선가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내심 기대를 품고 있었던 나는 역시나 감동받았다. 조금만 요리해 가진 것 중 가장 멋들어진 접시에 담고 그걸 깨끗하게 비우는 일의 만족감을 늘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감동적인 부분은 1인분으로 소개된 모든 레시피의 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간단한 프렌치, 제대로 차린 프렌치, 곁들임을 위한 일품요리로 구성된 책을 천천히 구경하다 눈에 들어온 레시피는 간단한 프렌치 항목의 일부로 소개된 ‘구운 토마토와 베이컨을 곁들인 달지 않은 프렌치토스트’였다. 정확히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프렌치토스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토스트나 팬케이크와는 다른 의미로 여유로운 아침이 떠오른다. 달걀물에 빵을 재우고 충분히 빵의 안쪽까지 달걀물이 스며들기를 침착하게 기다려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지, 언젠가 나만의 부엌을 가지게 되었을 때 해볼 ‘아무 일정 없는 일요일의 아침 식사’는 역시 프렌치토스트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인분이니 마침 잘 됐다. 이것부터 시작해야지. 그렇게 결심하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문득 ‘내일은 프렌치토스트를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재료를 사러 나갔다. 일요일의 식사도 아침 식사도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집에서 쉬는 중인 사람이 집에서 혼자 보내는 평일 점심은 주말 오전과 닮았기에…


레시피에 나온 약간의 루꼴라는 시금치 소테로 대체되었고, 딱 적당할 줄 알았던 프라이팬은 너무 작았고 불 조절이 어려웠다. 그런 이런저런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구운 토마토와 베이컨을 곁들인 달지 않은 프렌치토스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 수 있었다. 최대한 정성스럽게 접시에 담은 프렌치토스트에 (빵을 조금 태울 뻔한 원인인) 아이스 카페오레를 곁들였다. 인터넷에서 ‘카페라떼와 카페오레의 차이’라는 제목의 글을 찾아 읽으며 빵을 입에 넣었다. 달지 않은 프렌치토스트는 익숙하지도 않았지만 낯설지도 않은, 먹기 전의 예상과 비슷한 맛이었다. 빗나가지 않는 메뉴를 요리할 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볶은 시금치를 빵에 올려 먹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뽑은 ‘멋진 일요일 아침 식사 메뉴‘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그런 흔들리지 않음이라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파는 달걀물만큼이나 시럽에 푹 잠긴 바게트로 만든 프렌치토스트도,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먹었던, 귀퉁이에 설탕이 잔뜩 묻은 식빵 프렌치토스트도, 홍콩에서 먹었던, 달걀물만큼이나 식용유에 푹 잠겨서 바삭하게 튀겨진 차찬탱 식당표 프렌치토스트도 모두 공평하게 같은 이름을 공유한다. 그렇게나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 ‘프렌치’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위키피디아의 프렌치토스트 항목을 읽고도 알 수 없었지만, 어떤 형태이건 그 원형(빵을 달걀물에 적셔 구운 요리)은 변하지 않는다. 맛(달콤한지 짭짤한지)도, 올릴 수 있는 토핑의 종류(아이스크림, 샐러드, 과일, 버터)도 내키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고 있는데도. 프렌치토스트라는 이름이 어쩐지 평소보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식사할 수 있는 주말 오전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자유로움과 믿음직함의 결합 때문일 테다.



준하와 내가 둘 다 무지 좋아하는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어제 뭐 먹었어?>는 게이 커플 시로와 켄지가 집에서 직접 요리한 음식이 두 인물의 일상과 섞여 또 다른 주인공처럼 그려진다. 주로 나오는 식사는 저녁 식사지만, 가끔 두 사람의 바쁘지 않은 휴일 함께 먹는 아침 식사 메뉴도 등장한다. 그중 내가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시로가 직장 상사에게서 얻은 사과를 캐러멜 소스 조림으로 만들어 토스트에 올려 먹는 에피소드다. 사과는 캐러멜 조림으로 탈바꿈하고, 토스트를 먹던 도중 켄지는 그 위에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또 다른 메뉴로 바꾼다. 연금술이구나… 토스트 너는 뭐든 될 수 있구나… 지금은 능숙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살기 위해 요리하는 점심 한정 1인분 요리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제 뭐 먹었어?>의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과캐러멜조림을 얹은 토스트처럼 마음이 내키는 대로 변하면서도 변함없는 만족을 보장하는 메뉴(나에게는 다름 아닌 프렌치토스트)를 언젠가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내 집의 주말 아침 메뉴로 당당히 기재하고 싶어졌다. 그때 준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1인분 프렌치 요리>에 나오는 프렌치토스트를 대접하고 싶다. 달콤한 프렌치토스트도, 기름진 프렌치토스트도 좋지만, 역시 후추 뿌린 프렌치토스트를…. 그때가 되면 달걀물에 담그기에 좋은 어떤 빵이든 취급하는 동네 빵집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