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식사 -나의 사랑스러운 불완전 식품, 삼각김밥

아가씨의 식사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by 와니와 준하

“편의점 김밥의 소비자 기호도 조사. 평소 김밥을 즐겨 먹고 좋아하는 건강인으로 자발적으로 동의 능력이 있고,..”


학교 커뮤니티엔 가끔 소비자 기호도 조사의 패널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하루 30분쯤, 시판 제품이나 출시 예정인 신제품 등을 먹어보고 맛을 평가하는 아르바이트 자리. 단기에, 간단한 일(사실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이고, 돈을 받고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인지 늘 일찍 마감되곤 한다. 언제 한 번은 상추 품종 평가 패널을 구인하는 글을 봤다. 일주일에 상추를 1회 이상 섭취하는 소비자. 단, 시험 평가 이후 실험의 지속이 거절될 수 있으며 해당 시간만큼 급여를 지급합니다. 글을 읽는데 왠지 웃음이 났다. 상추야 겉절이로도 먹고 쌈도 싸 먹고 없어선 안 될 채소지만, 왠지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론 참여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 글은 내게 묻고 있었다. 상추 먹기를 즐기고 좋아하십니까? 글쎄, 시간도 맞고 아직 자리도 남아 있었지만 난 거기 지원하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삼각김밥이라면 자신 있게 지원했을 텐데!


그러니까 이런 거다. ‘삼각김밥 설문조사’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삼각김밥을 얼마나 자주 먹습니까? 일주일에 4회 이상. 무슨 맛을 가장 선호하십니까? 반숙 계란 간장 혹은 참치마요. 선호도 확실하고, 빈도도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기호도 조사의 딱 한 가지 문구만이 마음에 걸린다. 평소 이 음식을 즐겨 먹고 좋아하는... 다른 건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지만 이 질문 앞에서만은 말이 맴돈다. 삼각김밥을 좋아하십니까? 매우 그렇다, 그렇다,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삼각김밥을 좋아하는가?


좋아하는 감정이 먹는 빈도와 비례한다면야 난 삼각김밥과 거의 사랑에 빠져 있다. 특히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아침이고, 점심이고 삼각김밥을 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었다. 배가 고픈데 시간이 없으면 큰 걸로 골라 먹고, 가끔은 작은 컵라면과 함께 먹고, 강의실 밖 의자에 앉아서도 먹고 동아리방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먹고. 시간이 없는 날 급히 탄수화물 보충이 필요하면 걸어 다니면서도 꿀꺽 해치웠다. 이렇게 많이 먹는데 왜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든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많이, 먹었다. 가끔은 삼각김밥이 무슨 맛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 차가움도 짭짤함도. ‘삼각김밥’이라는 음식 대신 ‘간편한 한 끼’라는 관념을 먹고 있는 기분이 든다. 하루 두 끼 이상 삼각김밥을 먹는단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누가 그런 하루를 보냈단 소리를 하면 따갑게 쳐다보며 영양불균형과 기분 좋은 하루의 인과에 대한 연설을 늘어놓을 자신이 있다. 하루 한 끼 이걸 먹었으면, 나머지 식사는 좀 든든히 먹고 싶다. 이런 인상은, 내 안에서 삼각김밥이 얼마나 불완전한 음식인지에 대한 증명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매대 앞에 선다.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해 주는 멋진 장점이 있지 않은가? 생각할수록 삼각김밥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손에 묻지도 않고, 냄새도 심하지 않고, 간편한데 종류도 다양하고...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이걸 처음 깨달은 건 내 돈으로 편의점에 들르기 시작했을 중학생쯤이었다. 삼각김밥에 대한 거의 최초의 기억. 당시 나는 학교가 끝나면 하루걸러 하루 도서관에 들렀다. 가는 길목의 GS25에서 명란마요 삼각김밥을 하나 사는 일도 잊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릴까? 바삭하게 그냥 먹을까? 매번 같은 종류를 고르면서도 늘 고민했고, 다른 매력을 즐기며 참 많이도 사 먹었더랬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에 먹어 치우기도 했고, 도착하자마자 휴게실에 올라가서 까먹기도 했다. 바작바작 소리가 나는 비닐을 조심스레 돌려 까면 김이 찢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꺼내진다. 밥과 김 사이는 아직 붕 떠 있어서, 그 위에 다시 비닐을 씌우고 살짝 눌러주면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삼각김밥을 참 좋아한다.


단백질이 부족하다. 탄수화물 외의 영양소는 그다지 채워주지 못한다. 한 끼 식사 치곤 좀 부실하며 유통 구조상 ‘갓 나온’ 삼각김밥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삼각김밥을 고르는 걸 좋아한다.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다양해진 가짓수를 하나하나 읽는 일도, 매대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 결국 늘 먹던 걸 고르는 일도. 내 미련한 하루를 더 불균형하게 만들지만, 그 자리를 누가 채워주겠는가? 앞으로도 긴 시간 하루 구석에서 함께할 전주비빔, 김치볶음밥, 스팸마요 삼각김밥에 이 글을 바친다. 이것만은 알아주면 좋겠다. 자주 지겨워하겠지만 또 그만한 게 없다고. 마지막으로 고백한다. 나는 삼각김밥이 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 그래도 지금보단 가끔 보고 싶다.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제 절절한 고백기(…)가 여러분과도 맞닿아 있지는 않던가요? 읽어주시는 분들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다음 주엔 수영과 식사에 관한 와니의 글이 이어져요. 수영 후 밥이 얼마나 달콤한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수영 후의 식사는 늘 이상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다음 주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고상한 식사를 향한 노력은 이어집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다음 주도. 일주일 후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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