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식사 - 달콤한 나의 도시

아가씨의 식사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by 와니와 준하

안녕하세요, 와니입니다. 이번 주제는 <수영과 식사>입니다.

저는 작년에 친구들의 영향으로 수영 강습을 받기 시작했는데, 올해부터는 준하도 수영장에 다니게 되었어요. 요즘은 강습 신청에 실패하는 것 같지만…

수영을 통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생겼습니다. 물론 아침 수영 후에 먹는 식사의 신중함도 그 일부이지요.

오늘은 작년 겨울 먹었던 수영 후의 아침밥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커피를 마시러 가는 그날이 부쩍 그립습니다.

*제목: 정이현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축축한 냄새가 좋다. 이를테면 주유소에서 시동을 끄고 차에 앉아 있으면 기계 소음과 함께 나는 석유 냄새. 참기름과 다른 의미로 고소한 냄새가 난다. 어떤 주유소에서는 더 진한 것도 같다. 그 자리를 떠도는 어떤 향보다 강하게. 공룡들과 고대 섬유질의 냄새.

지하 주차장에서 나는 곰팡이와 습기의 쿱쿱한 냄새도 좋아한다. 아마 오래 맡으면 호흡기에는 해롭겠지만… 나에게는 불쾌한 냄새라기보다는 편안한 냄새다. 멀리까지 외출했다가 반쯤 잠든 채로 집에 도착하는 순간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넓은 지하에서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웅웅 울려서 노래 실력이 향상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 수도 있다. 정확히 이유를 짚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냄새들이 굴소스 냄새나 델리만쥬 냄새만큼 좋다. 향은 강하다.


허수경 시인의 수필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는 사라예보에서 전쟁을 겪고 독일로 이주한 사람이, 고향 집에서 폭격으로 죽은 어머니가 실내에서 양파를 썩히던 습관을 기억하기 위해 독일의 셰어하우스에서도 부엌에서 양파가 썩도록 놓아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인이 그 집에 들어가 썩은 양파를 치워 버리자, 그 사람은 다음부터는 그냥 놔두라고 당부하며 시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파 썩는 냄새를 맡으면 옛집에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향은 강하다. 어쩌면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를 지배하고 다리 힘을 풀리게 하고 또 거슬리게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 향이 어떤 이에게는 유독 명확하기도 하다.

나에게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좋아진 축축한 냄새가 또 있는데, 수영장 소독제 냄새다. 정확히는 수영장에 들어가면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가 아니라, 수영 강습이 끝나도 사라지지 않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냄새가 좋다. 새벽에 비틀비틀 수영장까지 걸어가 공복 수영을 마치고 나오면, 샌달우드 향 비누 냄새 사이로 하루 종일 몸에서 희미한 소독제 냄새가 난다. 물에 충분히 몸을 불려야 나는 냄새. 덜 마른 채로 나와서 버스에서 말린 머리카락에서도 수영장 냄새가 난다. 수영장에 한동안 가지 않은 지금은 그 냄새가 그립다. 학기 중 매주 수영장에 가던 때에는, 물을 하도 마셔서 뻥 뚫린 코를 내 팔에 박고 살냄새를 맡곤 했다. 수영장 물을 마신 코는 냄새에 더 예민해지나? 아무래도 그 소독약 냄새 때문에, 수영장 밖으로 나와서 걸을 때 걸음이 묘하게 중력을 거스르는 기분이 드는 것 때문에 수영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부끄럽게도(사실 별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 자유 수영 때 참견쟁이들에게 아직 그것도 못 하면 안 되는데…라고 원치 않는 핀잔을 듣는 일은 그만 일어났으면 한다) 나는 띄엄띄엄 강습에 다닌 탓인지 운동신경이 원래 나쁜 탓인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 서투르고, 그런 느린 발전 속도 덕분에 강습 첫 몇 달간은 지옥 같았다. 캄캄한 새벽에 횡단보도 앞에서 매번 생각했다. 내가 물지옥에 들어온 건가? 내 발로? 강습 중에도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언제 50분이 다 지나는지 시계를 노려봤다. 그래도 수영장을 나설 때 물속에서의 사투는 잊고 기분이 나아졌던 이유는, 나를 따라다니는 소독제 냄새와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아침 메뉴에 있었다. 배가 무지무지 고파지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야 제대로 운동을 시작한 탓에 초등학생 때 수영장에 다닌 사람들은 다들 가지고 있다는 ‘수영 후 육개장 컵라면’에 대한 추억은 없지만, 늦게나마 수영 후 먹는 밥에 대한 취향을 쌓기 시작했다.


12월은 너무 추워서 따뜻한 수영장 탈의실에서 나오기 두려웠다. 그날은 수영을 끝내고 나오니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싸락눈만 지겹게 오던 며칠을 지나 쌓일 정도로 눈이 왔다. 운동화를 신고 눈길을 걸으면서 수영을 마치고 뻥 뚫린 시원한 코로 눈의 냄새를 정확히 맡을 수 있었다. 시큼털털한 냄새. 곧 블랙아이스가 되어 사람들의 갈 길을 위협하겠지… 하지만 이른 아침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직 하얗기만 했다. 신발이 약간 축축해지는 길을 걸어서, 아침에도 일찍 문을 연다는 카페에 갔다. 오전 여덟 시라 그런지 손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불은 켜져 있었다. 그날 새벽에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었기 때문인지, 그리고 사장님도 축구를 보고 출근한 것인지, 나에게 ‘축구 보고 오셨어요?‘하고 물었다. 아뇨… 수영하고 왔는데요…. 하지만 아뇨…라고만 대답했다.

먹고 싶었던 것은 아침식사 메뉴인 크림 스튜. 빵 또는 밥의 선택지에서 망설이지 않고 밥을 선택했다. 겨울다운 겨울의 분위기가 깊어지는 때라 가게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오고 있었다. 스튜에 들어간 모든 재료가 부드럽고 기름졌다. 시큼하고 시원하고 축축하고 뜨듯하고 소금기 도는 맛에, 고형 기름을 도로 녹였을 때 나는 달달한 냄새가 더해졌다. 그리고 곁들인 카페라떼의 고소한 향도. 밥을 조금씩 부숴서 스튜에 말아먹으며, 냄새는 소독제 냄새와 경쟁하듯 몸에 스미고, 눈이 와서 포근해진 바깥의 날씨도 점차 잊고… 카페 스피커에서 칸예 웨스트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동안, 어떤 냄새는 잊히지 않는다고, 성실하게 맡은 냄새는 잊을 수 없다고 되뇌었다. 중학교 체육관의 농구공에서 나던 실패의 향은 전부 잃어버리고, 열심히 소독제 냄새를 몸에 묻혀 오며 조금씩 수영을 배우는 아침이 안전하다고 느꼈다.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크림 스튜를 생각하고… 달콤한 후추 냄새와 허우적대며 물살을 가르고 나온 손목의 냄새는 뜨거운 스튜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일을 괴롭지 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