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취업 후 포기하는 가치. 대학 캠퍼스 낭만 누리기

고졸 취업 후 포기한 가치가 아쉬운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by 유경옥

지금 당장 뭐 하지? ‘선택!’

오늘 저녁 뭐 먹지? ‘선택!’

그렇다면 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뭐하지?

...

‘선택!’


인생은 수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흘러가는 시간은 붙잡을 수 없으므로 당장 내게 닥친 여러 경우의 수 중 한 가지의 경우만 선택할 수 있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당연히 다른 한 가지, 혹은 다른 여러 가지는 포기하는 것이 숙명이다. 선택한 것을 제외하고 포기한 것 중 가장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을 기회비용이라 칭한다.




고졸 취업을 결정했을 때 포기하게 되는 큰 가치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대학교 캠퍼스를 누리는 낭만’을 떠올릴 것이다. 벚꽃이 만발하는 날 캠퍼스를 누리며 대학 친구들과 술 한잔 하러 가고, 졸면서 수업을 듣다가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으쌰 으쌰 할 수 있는 그 나날들, 이 경험은 고졸 취업을 선택하는 동시에 누리기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취업 후 나중에라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고 주간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 된다면 그나마 비슷하게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한 자는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부터 '사회인'의 피가 흐른다. 사회인의 입장에서 대학교를 먼저 경험한 친구들은 그저 해맑아보이기만 한다. 돈의 씀씀이, 머릿속에 생각하는 생각의 기준, 미래를 그리는 방향 등에서 작고 큰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같은 나이, 같은 대학교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의 선택이 다를 뿐이다. 사회 경험이 스스로를 너무 성숙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어른들 말씀대로 역시 제때에 공부했어야 하는지 하는 생각이 가슴속 깊이 쿵 박이는 기분일 것이다.


요즘에는 고졸 취업 후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진학하는 경우, '선취업 후진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포기한 가치인 '캠퍼스 낭만'을 느끼기는 어렵다.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수 있는 학과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만나는 동기들은 모두 '사회인'이다.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한 경험이 3년 이상 되는 사람들이 대학에서 모인 것이다. 이미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고졸 취업자가 포기한 가치에 대해 허무함을 느끼는 것, 하지만 이 감정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만 공유되기에 약간은 쓸쓸하다. 인생 전체를 봤을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생활 12년은 꽤나 긴 시간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에 진학을 하다 보니 고졸 취업자는 결국 소수가 된다. 고졸 취업자가 대학 진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학창 시절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던 친구들과도 그 차이를 겪게 되기에 대학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쉽지 않다.


한 사례로, 고등학교 졸업 후 갓 취업을 한 사원이 동료 직원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사원의 교통카드에 청소년 요금이 찍힌 것을 보며 동료가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이가 어려요? 아직 어린데 취업을 했네요.’ 이렇게 나이가 어린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 놀란 것이다. 고졸 취업자라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를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캠퍼스를 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까,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을 받기로 선택한 이들에겐 ‘취업’이 포기한 것 중 가장 큰 가치였을지도 모른다. 대학교는 말 그대로 ‘大學’에서 학문을 깊게 연구할 목적을 가진 고등교육기관이다. 그런데 많은 대학생들은 주위 사람들이 다 대학에 가니까 당연하게 진학을 결정한다. 매 학기 등록금은 지금 하고 있고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졸업 후에 '대졸자'로서 취업하고자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막막한 감정이다. 주변 친구 중에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한 친구가 있다고 한다. 그 친구의 SNS를 살펴보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은 음식들, 술, 여행 등을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대학에 오지 말고 취업을 그냥 할걸 후회도 된다. 결국 본인은 인생을 허무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졸 취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학을 가야 할 이유를 끝내 찾지 못했거나,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자본을 모아야 했거나, 자연스럽게 취업을 하게 되었다거나 등이다.


모든 선택은 선택과 동시에 다른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포기한 가장 큰 가치, 즉 기회비용의 존재는 지금 선택한 것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취업과 진학, 젊은 날에 부딪친 어려운 선택이었겠지만 결국 선택을 해냈다. 돈을 버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겪어보니 알겠다. 하지만 지금 선택은 중요한 의미가 있고 분명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큰 선택을 한 어른이기에, 혹시 나중에라도 현재의 선택이 후회된다면 인생 계획을 다시 설정하면 된다.

먼저 쌓은 사회 경험은 정말 값진 일이다. 이것 또한 누군가는 포기한 큰 가치임을, 선택한 가치에 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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