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책자, 교실 홍보만을 보고 고등학교 3년을 결정하지 말자.
안녕하세요! 저희는 00 고등학교에서 온 000, 000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학교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질문해주시면 상품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세요!
중학교 교실에 고등학생이 등장했다.
다른 교복 입은 모습도 멋있고, 저 학교 정말 좋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저 학교는 저 고등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단한 곳일까?
학령인구가 점차 줄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점차 줄기보단 매우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줄고 있다고 표현해야 한다. 초등학교의 학급 수가 줄어들고 그 영향은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에까지 미치고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굳건하게 학사운영을 해오던 학교들은 인구 절벽이라는 변수에 부딪치며 학교 간 통폐합, 심지어 폐교에 이르기까지 한다. 각 학교급은 바로 아래 학교급에 방문하여 학교를 홍보하고 신입생을 유치하는 일이 매우 큰 중대사가 되었다.
11월이 되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졸업고사 혹은 기말고사를 치르며 중학교 시절 마지막 정기고사를 경험한다. 시험 성적이 나오자마자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들은 맡은 학급의 학생들이 어떤 고등학교에 지원하는지 조사하고, 그 원서 접수를 도와주느라 바쁘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중학생들의 진로 고민이 깊어질 때쯤, 온갖 고등학교는 중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홍보에 열을 올린다. 리플릿에 학교의 정보를 작성하여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관심 학생과 1대 1 상담을 하는 개별 상담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중학교 측의 협조가 있다면 교실에 직접 들어가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는 교실 홍보를 하는데, 교실 홍보야말로 홍보의 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학교에 방문하여 홍보하는 일은 특성화고등학교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는 특수목적고등학교 및 인문계고등학교도 책자를 제작해서 배포한다던가, 입학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뺑뺑이(가까운 학교 중 무작위로 배정되는 방식)가 진학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학생들의 입시 선택권을 점차 높여주는 추세이기 때문에 모든 학교가 넋 놓고 신입생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다시 교실 홍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교실 홍보의 경우 고등학교 선생님이 아닌 해당 고등학교에 직접 다니는 재학생들이 들어오며, 학교를 다니며 경험한 것에 대해 또박또박 발표한다. 중학생들은 다른 교복을 입고 외부인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저렇게 말을 잘할 수 있다니 놀라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에 그 선배의 모습을 투영시켜 볼 수도 있다. 덩달아, 다양한 디자인의 교복, 재치 있는 말솜씨, 재밌어 보이는 학과들이 중학생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다. 실제로, 교실 홍보는 홍보 활동 중 가장 큰 성과(입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가장 높게 꼽힌다.)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교실 홍보는 모두 사실일까?
교실 홍보가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교실 홍보를 하러 중학교에 가는 학생들이 어떤 학생들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신입생 모집을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학교라면 학교 홍보에 대한 업무를 하는 구성원이 분명 존재한다. 요즘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홍보부’라는 부서가 단일 부서로 독립되는 추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무부, 연구부, 생활 교육부처럼 홍보 부라는 교무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홍보부에서는 홍보 동아리를 운영하며 3년간 그 학생들을 홍보에 특화된 학생으로 교육한다. 홍보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은 학교의 대표 얼굴이 된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가지고 홍보부에 지원하기에, 매 학년 초마다 홍보 동아리의 면접 대기자는 차고 넘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학교 홍보대사가 되는 학생들은 사실 학교 내에서도 굉장히 활발하고 타에 모범이 되는 학생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학생들이 홍보를 위한 스피치 연습을 하여 외부에 나가는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 중 성적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모교에 찾아가서 자율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들이 정확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 이제 등장한다. 우선 홍보대사 학생들의 복장, 말투를 확인한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는지, 쉬는 시간 선생님과의 사이는 좋아 보이는지, 스피치를 할 때 전달할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들의 눈에서 진실이 느껴지는지, 진심으로 학교를 홍보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만약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 홍보대사 학생들이 멋있고 대단해 보인다면, 진짜로 이 학교에는 이런 학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지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보자.
각 고등학교의 홍보책자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모두 대단한 학교 같아 보인다.
이 수치들은 정말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맞다. 학교는 절대 허위로 과장된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홍보자료가 얼마나 최신 것인지, 매 해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사실은 아닌지, 많은 학생들이 최대한 자신의 교육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학교를 선택해서 입학을 하든, 그 학교의 대표적인 졸업자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 인문계고등학교 앞 현수막에 붙어 있는 서울 4년제 대학 입학생들 명단이 그 예이다. 전교생이 모두 해당 학교에 간 것이 아닌데, 그 학교는 입시 결과가 훌륭한 학생들만을 보여주며 ‘우리 학교는 대학에 진학을 잘합니다.’라고 홍보를 하는 것이다.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 서울의 입시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에 입학한 학생을 보여주며 ‘우리 학교는 취업과 진학 모두 잘합니다.’라고 홍보를 할 것이다.
자, 이제 판단해보자. 홍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수많은 홍보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