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

by 작은젊음



내가 나라고 믿고 살아왔던 내 삶의 단면들이 난도질당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 누구도, 제아무리 조물주라 해도 우리네 삶에 진창을 만들고 갈 순 없는 건데, 그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는건데 그런데 그런 일은 가끔 일어나곤 한다. 내 삶이, 그리고 한 뼘쯤의 내 자존심이 짓뭉개지는 걸 보며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우린 작고, 젊으며 아직 무너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각자의 상처를 한아름 안고 있으니.


그리곤 가끔은 포기를 배운다. 일어나는 법을 알려줄 줄 알았던 사람에게 주저앉는 법을 배운다. 온 세상이 나를 몰아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 존재는 무엇보다 작고 힘 없게 느껴진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네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늙었을 때지만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떡국을 몇 그릇 더 먹는다고 해서 지혜와 관록이, 한 뼘쯤의 반성과 좌절이 기다렸다는 듯, 생일이 지나면 땅! 하고 달리기를 하듯 그 때부터 모든 게 생겨나지는 않는다. 스무 살은 세상이 정해 놓은 성인의 기준이지만, 난 스무 살을 한참 지나고도 이 세상을 도무지 모르겠으니까. 모든 걸 알 정도로 세상을 본 게 아니니까.


상처는 언제나 받아들이기가 먹먹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슬플 땐 슬퍼하고 일어날 땐 일어나야 한다. 그래도 다 괜찮다. 지금이 인생에서 제일 힘든 날은 아닐거라고 날 다독인다. 주저앉지 말자고 주저앉은 상태에서 날 설득한다. 아무튼.. 아무튼 나는 살아갈거라고 생각한다. 손가락을 하늘에 대면 어둠이 딸려나올 것 같은 밤이 있고,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폭풍우가 쳐대는 맘에 드는 날씨는 앞으로도 많을 거고, 오늘을 간신히 버티면 어쨌든 내일은 오니까. 그리고 나는 어리니까.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그렇게, 그렇게 생각하면 또 다른 아침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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