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순간들을 지나온 나에게, 가끔 칠흑과도 같은 고요함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면 나는 온통 발가벗겨져 붙잡을 곳 하나 없이, 내 한몸 가리기도 벅차 몸을 둥글게 말고 울곤 한다.
너무 버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사는게, 숨 쉬는게, 내일 또 아침을 맞이하는 게.
이 산 넘었다 기뻐하면 또 다른 산이 다가오고, 저 산도 넘어보면 끝없는 산맥이 펼쳐지는 걸 보게될 때 그렇다.
뒤돌아 걷고 싶어도 이미 많은 산을 넘어버려 되돌아 갈 곳도, 향해 갈 곳도 없을, 그런 순간이 있다.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주변이 칠흑처럼 고요해 울 수 없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