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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Feb 14. 2020

결혼을 해도 아이가 있어도 여행은 솔로지

#5.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하와이에서 이 글을 쓸 당시 마우나 케아로 올라가는 도로는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시위가 

계속되며 정부가 내린 결정입니다. 천문학적으로 중요한 요지. 세계적 높이의 산. 마우나 케아.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 망원경이 설치된 곳입니다. 수많은 별이 뽐내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기 위해, 그리고 일출의 거룩한 빛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들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신성하게  여긴 이 곳이 개발로 파헤쳐 지는 걸 거부합니다. 망원경 등의 천문시설은 적어도 그들에겐 문명의 이기가 아닙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마우나 케아 였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하와이 원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합니다. 보이지 않는 미신을 연유로 아름다운 광경을 볼 기회를 놓친다는 비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철학이나 신념 등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동기인 점을 생각해 봅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마우나 케아는 삶과 같을 것이고, 마우나 케아가 개발되는 것은 그들의 삶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화산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그들의 투쟁 현장을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투쟁이라고 하기엔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비폭력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곳곳에 있는 임시 숙소와 차량들에서 시위가 오래 지속될 것 같은 아우라를 느꼈습니다. 무엇이 중요한 삶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삶을 얘기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들을 지키는 삶을 얘기할 것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이 순간만은 수많은 고초를 겪고 이 땅을 지켜 온 하와이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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