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 Aug 11. 2023

선 넘은 말들 이제 안 받습니다!

 책방 아무나 하나?


호기롭게 폭로 기라고 해놓긴 했는데 싱숭생숭한 마음에 한 참 글을 못 쓰고 시간이 흘렀다.

아직 솔직한 내가 낯선가? 특정인을 밝힐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예 언급을 안 하려니 글 쓸 목적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일반화해 버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하여 나는 폭로 기라기보다 내 마음의 불편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그간 그렇게도 써지지 않던 글을 조심스럽게 써 본다.






V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는 거 보니 반 취미로 그냥 하시는 건가 봐요?
(취미 아닙니다. 또 다른 의미의 생존입니다. 내 삶의 훈련 한 방편입니다. 허나 엄마, 아내라는 현실적 역할도 해야겠기에 시간을 조율한 것이지 대수롭잖게 하고 싶은 만큼만 적당히 하는 취미식 책방이 아닙니다. )

V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 아닌가요? 좀 내려놔요~
(내려놓으려면 언제든지 내려놓아요. 내 삶의 지향의 문제고 최상위 가치를 위해 나름의 계획으로 사는 거예요. 나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한 게 좋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예요. 고뇌와 고통이 따르지 않으면 성장의 그릇이 키워지지 않기에 하는 열심입니다. 저는 살아지는 대로 살다가 아무것도 안 한 채 죽는 날 후회하는 게 제일 두려워서 그래서 부지런히 해요! 닥치는 대로 하지 않고 생각해 가며 합니다.)

V 책방이 요즘 트렌드라 그래도 그 덕도 좀 많이 보시겠다?
(책방이 트렌드인데 왜 문 닫는 책방이 그렇게 많은지도 생각을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문 안 닫고 있는 책방은 트렌드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을 요량으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버틴다는 말 안에 얼마만큼의 노력이 덧대어져 있는지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운빨 운운하는 것 매우 유감입니다.)

V 나도 누가 이런 책방이나 하나 차려줬으면 좋겠다.  
(누가 차려줘서 하는 책방, 힘 들이지 않고 않고 가능했던 책방 아닙니다. 이런 책방"이나"에서 느껴지는 손쉬운의 개념이 어렵게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참으로 힘 빠지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돈이 많거나 즐거운 것만 하면 되는 사람들이 하는 가게가 있을지도요. 하지만 나의 책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없습니다. 손품 발품 머리품 가슴품 고통품 억울한품 어느 것 하나 그냥 된 게 아니에요!)

V 남편이 돈을 버니까 이런 것도 하지! 아니면 어떻게 이런 걸 할 생각을 했겠어요. 
(남편이 맞벌이를 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 혼자 생계를 꾸린다면 지금보다 엄청나게 힘들었겠지요. 남편이 돈을 벌어 감사한 생각은 있는데 덤으로 취미처럼 무엇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도 살림에 보탬이 되는 그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돈으로 안되면 적어도 책 읽고 한결같이 공부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보고 자랄 거란 생각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내면이든 외면이든 건강한 소통을 해 내기 시작했다는 거죠. 돈의 일념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 이 외 어떤 가치를 가정 안에 넣기 위해서 남들의 두 배 세 배 노력과 끊임없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V 이 나이에 너무 꿈 꿈 이야기 하는 거 혹 몽상가나 현실감각이 없다고는 생각 안 해 보셨어요??
(꿈이 직업으로 연결되어 10대나 20대 때 꾸고 말아야 할 것으로 보는 이에게까지 저의 꿈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언어란 우리 생각을 하나하나 대변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거나 완전한 것이 못 되는 "한계 있는 기호"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꿈의 개념과 나의 꿈 개념이 다른걸 거예요. 그냥 나의 꿈은 내 삶의 최고에 둘 가치 내지 삶의 의미 혹은 지향이라고 해두죠! 근데 어떡하죠? 현실에서 꿈자리와 현실자리를 나름 잘 섞어 꿈이 삶이 되고 삶이 일상에 속속들이 들어앉은 상태로 잘 살고 있는데 말이죠.)


V 이제 7년이면 책방 자리 좀 잡았죠?

(이 말은 저를 아프게 한다기보다 자영업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야속한 말이기도 합니다. 나만 유달리 예민한가 싶어 여러 영세 자영업자에게 동일 질문을 해 봤어요. 글쎄요.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7년이면 자동인가요?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오고 한 번 독서회에 가입하면 학교 다니듯 밥 먹듯 꾸준히 오는 곳인가요? 물론 처음보다는 입소문도 좀 나고 회원의 명수나 공간의 크기나 모두 확장이 되었으니 겉으로 보기엔 이렇게 키워놓은 것도 대단하다 하는 격려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압니다! 그러나 무슨 자격증과정도 아니고 책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되는 선택지 저~ 끝 자리에 위치하는 항목과 같아서 (물론 저에게는 독서와 공부의 삶이 필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지만...) 언제든지 안 오면 그만이고 조금만 사람사이 불편이 생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인연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순간도 많습니다. 저는 자원봉사나 비영리사업이 아니라 여기 사람들이 오게끔 만들어야 하고 올 이유가 있게끔 하기 때문에 늘 고민하고 기획합니다. 이 모임 형식이 조금 지루해지지 않았을까? 이 책이 너무 어려워 다음엔 쉬운 책으로 숨구멍을 만들어야겠구나. 작은 감동과 성취를 맛보아야 두 번째 책으로 세 번째 책으로 조금 힘든 책, 두꺼운 책, 어려운 책으로도 건너갑니다. 그러니 제 머릿속에는 늘 기획의 연장이죠! 이런 걸 아신다면 글쎄요... 자리 잡았으니 편하게 별 신경 쓰지 않고도 이 업이 되는구나? 부디 성장,지속,살기위한 위한 사람들의 발버둥을 자세히 바라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괄호) 안에 이야기는 목구멍까지 나오지만 이제까지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나의 말들이다. 왜? 나는 착한 책방지기였어야 했으니까. 누구의 심기도 거슬리지 않게끔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았으니까. 사람을 대하는 무례한 태도! 생각의 체를 거를 틈 없이 뱉어진 말과 행동에 대해서! 이제 나를 보호할 의무를 충분히 하고 살 것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것뿐이겠는가.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고는 도저히 화가 사그라들지 않는 희한한 경험들도 7년 안에 고스란히 남았다. (좋은 기억과 좋은 경험만이 7년을 채우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단 희한한 일들이 좋은 기억을 덮을 수는 없다. 좋은 기억의 강도와 빈도가 훨씬 크고 잦다.)


왜 이런 류의 말을 들으면 두고두고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한참을 고민하며 생각해 본다.

인정이나 내 시간의 수고가 읽히길 바라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러한 순간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 혼란은 항상 어정쩡한 상태에서 일단락되었다. 당신의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내 생각을 일일이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반응을 하지 않자니 상당 부분 수긍하는 꼴이 되는데 그건 더 못 참겠고 말이다. 그 사건에 머물러 내 마음을 본다. 스물 거리는 화의 본질은 내수고의 시간이 그들에게 읽히지 않아서도 아니고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이것은 일종의 사람에 대한 실망 같은 것이다.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안중에 없는 말들! 지극히 편협한 자신의 정보로 모든 결론을 만들어내는" 불통한 오판력". 걸러내지 못한 채 입 밖으로 표현해내고 마는 "성급한 인간"에 대한 실상...

때로는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라고 정의해 버리는 그들의 "과잉 확신"앞에서 이제 더더욱 나 자신에 대한 변호를 미루지 않겠노라 생각한다.


발버둥을 치며 노력하는 시간들을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놓는 선 넘은 언행에 대해서만은 나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 그 말의 출처를 찾아 당신의 확신의 말에 책임을 지겠는가 하고 물어볼 작정이다. 나의 존엄을 치고 들어오는 것까지 용인하고 묵인할 수는 없다.  생각과 말과 판단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일이 생긴다면 쉽고 가벼운 말들을 허공에다 날릴 수 있을까? 모든 일에 묵묵부답으로 있는 것은 그들의 허약한 관점에 강화를 얹는 일이므로 "당신 지금 선을 넘고 있다"라는 신호를 보내기로 한다. 물론 세련되고 유연하게!


이것은 비단 나의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걱정을 위장한 훈수두기, 친하다는 이유로 걸러지지 않는 거리 없는 말들, 자신은 죽으라고 아니라 하지만 이미 말속에 굉장한 갑질의 냄새를 풍기는 말들, 예의는 생략되고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라는 무의식적 권위가 흘러넘치는 말과 태도, 자신의 결핍을 과도한 자기 방어로 쓰며 불행자랑하는 이들 나아가 넘치는 칭찬을 온종일 기대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반면교사 삼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책 읽는 사람은 다 좋은 사람 아닌가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맞다! 대부분은 참 따뜻하고 포용력이 많으신 분들이 온다. 그런 인간의 힘을 느낄 때면 더더욱 내 일에 대한 자부심과 높은 차원의 충만함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섞여 산다. 착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일차원적 구분의 문제가 아니라 여느 사람이 보기에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배려하거나 존중하거나 수고를 읽어내는 작은 관찰의 노력이 부재한다면 이런 오류는 수시로 우리 삶에 송곳처럼 누군가의 폐부를 찌를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4년 전 돌아가서도 책방을 하시겠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