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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Sep 08. 2020

4년 전 돌아가서도 책방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책방지기입니다.


# 4년 전 돌아가서도 책방을 하시겠습니까?


책모임 할 에너지로 집 살림 살뜰히 챙기라던 남편의 서운한 말에 눈물을 훔치더라도 다시 한번 책방을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클 동안은 집에서 아이들 잘 돌보는 것이 돈 버는 것이다, 책방 오픈을 내내 만류한 모든 가족과 지인들의 송곳 같은 말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다시 책방 점포 계약서에 사인을 하겠습니다. 책방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막막하여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던 그때를 힘겹게 회상하면서도 다시 한번 더 책방지기로 기꺼이 살겠습니다. 월세 내고 책 들이면 이만 몇 천 원 남았던 책방 초창기 시절 쓴 다이어리를 다시 들추어 보면서도 이내 생활비를 끌어와 다시 주문하신 책을 들일 것 같습니다. 인건비는커녕 등 따시고 배부른 아줌마의 교양 놀이 즈음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억울한 말들을 듣고서도 아마 나는, 다시 헐레벌떡 바쁜 아침을 가르고 책방 문을 열지 싶습니다. 살림과 육아와 나를 한꺼번에 돌보자니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바빴지만, 그래도 눈 꼭~감고 다시 책방을 차리지 싶습니다.


# 나는 단언컨대 4년 전 오은아가 아닙니다!


그때 내가 아프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아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 눈치 보느라 내 시간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그 소극의 시간이 이제는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나를 짓누르던 콤플렉스 덩어리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러운 것 천지였던 오은아가 이제는 명품백이며 비싼 차 비싼 집이 하나도 부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엄마들 몇, 학창 시절 친구들 몇이 다였던 좁디좁은 관계의 망이 선하고 좋은 사람들로 대확장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자존감이 땅바닥을 치니 자존심을 있는 대로 치켜세웠던 옹졸했던 내가 이제는 자존감과 자존심의 영역을 180도 돌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살았던 겁 많던 내가 이제는 내 삶의 노래를 기쁘게 지어 부르기 때문입니다.

한다고 해 놓고 매일 포기하고 합리화하기에 바빴던 내가 한다면 기필코 하고 마는 끈기의 힘이 죽-죽- 생겼기 때문입니다.

힘들다고 주저앉아 울기 바빴던 내가 이제는 내 마음을 스스로 돌보기에 충분히 단단한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 무엇보다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부족하지만 타인의 이야기도 조금은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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