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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Feb 09. 2021

비정규직의 비애

내 권리는 어디에 있나

우리 회사는 ‘분위기가 좋아서’, ‘선배들이 좋아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 근무하는 몇 개월 동안, 계약직이라고 해서 무시한다거나 일에 대해 차별을 두는 경우가 없었다. 이런 근무환경이라면 확실한 직업을 갖기 전에 경험 삼아 계약직으로 이런저런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래서 다들 정규직 정규직 하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해가 바뀌었고 그와 함께 최저임금도 올랐다.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근로 시간을 상정받는 계약직들은 새로운 최저임금으로 연봉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다.


‘비록 역대 가장 낮은 인상폭이었지만 그래도 오르긴 올랐으니 내 연봉도 올랐겠지?’ 하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지 새로운 계약서에 써져 있는 연봉은 작년과 같았다. 아니, 100원 올라있었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따져 물었다. 설명은 이러했다. 기본급 외에 지급되는 추가 수당을 계산할 적에 오류가 있었고 그로 인해 연봉이 과지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지급 되는 추가 수당을 계산할 적에 오류가 있었고 그로 인해 연봉이 과지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연봉 인상보다 현재 연봉이 더 많으니 연봉은 동결이라는 결론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난 적혀있는 연봉을 보고 계약했고, 당연히 연봉 인상을 기대했는데 상황이 이러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속은 기분도 들었다. 나에게 이 연봉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데서 조언을 구하고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안이 있나 물었더니 사실 없단다.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가. 회사는 사실상 통보를 하고 싶은 거였다. 본인들의 실수로 생겨난 일이지만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었다. 아무도 이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직 직원들이 떠안게 됐다.

일주일 후, 당장 그만둘 순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러고 나서 사내 게시판을 보게 됐다. 다른 직원들은 새해를 맞아 승진도 하고 호봉도 올랐다. 그들은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회사에서 안정적인 고용과 연봉을 보장받는 정규직이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서 많이 못 준다’라는 말을 안 했으면 좋았을 걸.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지급이 회사에게 큰 부담이라고 생각했고 이해하려고 했다. 업무가 과중되어도, 회사에서 복지를 줄여도 ‘다들 ‘대의’를 향한 마음은 같으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거겠지?’ 노력해보려 했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저 나만 당하고 있었다. 내 권리 찾기가 이렇게 힘든 일인가.


나를 향해 웃는 얼굴들이 칼이 되어 찌르는 듯하다. 비정규직으로 살기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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