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 사랑해
부모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 적 있나요? 연인에게는 거리낌 없이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틈날 때마다 상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눈썹, 눈, 코, 입을 하나하나 찬찬히 감상하긴 해도 정작 사랑하는 부모님에게는 그렇게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사스럽다는 이유로 유독 부모님께 인색했죠. 최근 부모님이 두 분 다 50을 넘기면서 '갱년기'를 앓고 계신 것 같습니다. 특히 다크서클, 주름, 피부 노화, 피부 트러블 등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화장품을 알아보고, 팩을 하고, 약도 사드십니다.
언젠가부터 엄마 아빠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와 나 왜 이렇게 늙었어', '나도 늙어가나 봐...'라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쓰는 화장품은 성분도 확인하고, 여러 개 비교하면서 사는 데도 말입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평생 늙지 않고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아빠 얼굴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늘 동안이고, 한결같이 그 얼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순간 '우리 엄마 아빠 , 많이 늙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생기고, 탱탱했던 피부가 처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원래 잡티 하나 없이 매끈했던 피부에 이제는 검버섯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크서클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은 늙어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엄마 아빠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직면하기 싫었는지 모릅니다. 항상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나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사진을 보니 우리 엄마 아빠 진짜 젊고, 예쁘고, 멋있었습니다. 다 저와 동생을 키우느라 이렇게 늙어버린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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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당신은 관찰하며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