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음이 있을 줄 알았다.
커다란 꽃바구니도 선뜻 선물할 수 있는 다음이.
공원 잔디밭에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나눠 먹을 다음이.
'엄마, 잘 자' 사소한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다음이.
그런 평범한 다음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줄 알았다.
니 엄마하고 나, 뭐, 쉽진 않았지만
그냥 이대로라도 무사히 노부부가 되겠지.
가끔 근사한 데로 여행도 가고,
나란히 노을 지는 거 보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니 엄마 타고 싶어 했던 요트도 타고.
사람이 죽는 것도 슬프지만
그 사람이 하고 싶어 했던 거,
니 엄마랑 나 같이 하려고 했던 거
그런 것들이 다 같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때의 나에게.
붙잡고 싶었다. 멈추라고.
지금 이렇게 도망치면 계속 도망치게 될 거라고.
계속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계속, 혼자 외로울 거라고.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싸울 수도 없고, 화해할 수도 없고,
위로할 수도 없고, 위로받을 수도 없고.
혼자 할 수 있는 건 외로운 거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