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다닌 회사를 퇴사하며

by 도담

2025년 8월, 2년 4개월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퇴사했다.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해 세일즈 매니저부터 AI 챗봇 개발자, 오프라인 콘퍼런스 기획자, PR 매니저, PMM까지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다. 덕분에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구보다 밀도 있게 경험했고 빠르게 성장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입사 초반, 평생 다닐 수 있는 회사라며 주변에 호기롭게 말할 정도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고객과 기업 사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 아래, 수많은 고객사를 직접 만나고 그들에게서 답을 찾는다. 길게 탁상공론하기보다 빠르게 실행하고 검증한다. 고객 목소리를 기반으로 제품의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낸다. 고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성공 경험은 나의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회사의 최고 복지는 동료들이다. 그 누구도 대충, 적당히 일하지 않는다. 같이 일하며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안 되는 건 없어 일단 해보자’였다. 어떤 일이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쉽게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것도 결국 해내고야 만다. 배울 점 많은 실력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다.


일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신뢰의 힘이다. 직급이나 관계에 상관없이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 속에서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부족한 점을 빠르게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상대가 나의 단점을 날카롭게 이야기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리더십과 동료들은 내가 주니어라는 선입견보다 항상 내 가능성에 배팅해 주었고, 기대에 힘입어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나에게 도전적인 순간들이 많았고 답을 찾지 못해 헤매던 시간도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며 의미 있는 성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이렇게 돌아보니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너무 열정을 쏟아부었던 건지 아쉽게도 번아웃이 왔다. 건강이 나빠지고 매너리즘에 빠져서 한동안 일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넘어져도 일어설 힘이 부족했고 앞으로 달려나갈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쉼이 필요한 때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방학이나 이직 전 짧은 휴가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남들 흔하게 하는 휴학조차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졸업부터 취업까지 쭉 달렸던 거다.


회사를 애정했던 터라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어렵고 힘들었지만, 막상 그만두고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 더 크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웠다. 쉬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에너지를 새롭게 채워나가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나에 대해 다시금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다음 챕터에 어떤 일이 하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됐든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잘 해낼 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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