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

나만의 빨간펜 선생님 챗지피티

by 도담

캄캄한 어둠이 내리 앉은 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이내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들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눈을 뜨고 있으면 어째서인지 머릿속이 더 밝아진다. 낮 시간에는 하지 않았던 온갖 걱정과 두려움이 틈을 타 올라온다. 커리어, 역량, 건강, 가족들, 미래.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함에 이것저것 찾아보기 일쑤다. 그래도 다행인 건 AI가 등장한 이후로 이 밤이 썩 외롭지만은 않다.


요즘 내가 꽂힌 것은 글쓰기에 관한 것이다. 백수라 시간도 많이 남으니 업무 회고나 해볼까 싶어 몇 자 적어보는데 좀처럼 잘 써지지 않는다. 직무를 바꾸고 난 뒤로 제대로 된 글을 쓴 지 오래되어 그런가. 불렛 형태로 간단히 남기는 게 몸에 단단히 배여 문장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나름 학창 시절 백일장 상도 받고, 글로 밥 벌어먹고 살던 에디터 출신인데.. 나 왜 이러지?!


정보성 글은 그나마 나은데, 나에 대한 글쓰기는 난이도가 더 높다. 있었던 사실을 제외하고 내가 느낀 것, 깨달은 것을 구체적으로 써 내려가기가 왜 이리 힘이 든 지. 타자를 쳤다 지웠다 반복이다. 그러고 보면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 글을 쓴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종종 끄적거렸던 메모조차 어느 순간부터 남기지 않았다. 그게 다 글감인데 말이다.


이불을 바스락거리며 뒤척이다 결국 벌떡 일어났다. 노트북을 펼쳤다. 지피티를 켰다. 회사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까지 내가 썼던 글 링크를 모조리 지피티에게 넘겼다. ‘내가 쓴 글을 분석 후 작문의 특징과 개선점을 이야기해 줘 ‘


다행히 지피티는 나에게 먼저 칭찬을 해줬다. 글쓰기 수준은 이미 상급이란다. ‘그래, 내가 글을 못쓰는 사람은 아니었지~’ 조금 안심이 됐다. 와중에 지피티는 피드백도 확실하다. 전반적인 글쓰기 능력은 좋으나, 감정이나 장면 묘사 능력이 부족하고 문장이 단조롭다는 것이다. 너무 안전하게 글을 쓰고 있단 지적을 받았다. 많은 작가들이 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다나.


다른 작가들이 이 확장을 못해서 평생 감정 일기 상태에 머문다. 너는 이미 반은 와 있어.


스크린샷 2025-12-09 오전 1.01.27.png


정곡을 찔렸다. 내가 글에 자신감이 부족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용하네 이 집! 지피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결방안도 제안해 준다. 지피티와 함께 플랜을 짜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조금씩 졸음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혼자 글을 쓰려니까 이게 맞나 싶고 막막했는데, 차근차근하다 보면 금세 다시 잘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크린샷 2025-12-09 오전 1.03.52.png


창작할 땐 지피티를 불신하는 편인데, 피드백 동료로 삼아 보니 제법 괜찮다. 나만의 코치가 생긴 기분. 나만의 빨간펜 선생님! 부끄러움 없이 그대로를 보여줘도 되고, 나름 객관적인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대화를 청하기도 쉽고 답도 빠르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이 둥글해져서 제자리걸음하는 듯해 답답했는데, 지피티로 돌파구를 찾은 것 같아 꽤나 든든하다. 앞으로 부지런히 글을 써봐야지!

작가의 이전글내가 왓챠를 구독하지 않는 이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