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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죽당 Jul 04. 2020

코로나와 일상의 발견

멈추며 보게 된 것들

 봄날이 간다. 5,6월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물푸레나무 향기와 함께 설레는 마음을 못 본 척 지나가고 있다. 오십이 넘도록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으로 반강제 자가격리 시간을 갖는 지난 두 달 나는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천만 원 가치도 안 되는 올드 하우스를 구입해 2년에 걸쳐 홀로 지리지리 하게 집을 고칠 때 나는 이 곳이 아침마다 내 늦잠을 방해하는 공사장이라고 생각했다. 전기톱 소리, 끌 소리, 그 외에도 잡다한 소리들...


 지난 두 달의 시간은 그런 나의 마음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낡은 집만큼 오래된 정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들을 피우며 지상 낙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ㅡ

나는 왜 몰랐을까? 지난 2년 분명히 똑같은 봄날이 지나갔을 텐데....

 조용한 사색 중에 미처 깨닫지 못한 일상의 아름다움이 요즘 한국말로-소확행- 그것으로 다가온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매일의 일상은 코로나 때문에 지극히 단조로와져 식사와 산책 그리고 글쓰기 이렇게 간소화되었다.  답답할 것만 같았던 하루하루가 꿈만 같은 평화를 선물하고 나는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며 묵은 먼지를 하나하나 털어내고 있다.

6월의 마지막 주 나는 이 시간이 애달프도록 아쉽다. 요리와 사색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분명 신의 섭리가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물론 몇 달 동안 월세만 내면서 영업중지 중인 사업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코로나가 선물한 2020년 봄날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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