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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밭? 잡초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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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죽당
Jun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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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받아둔 상추씨를 가지고 상추밭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맞다. 분명 내 의도는 상추에 있었다. 밴쿠버의 살인적인 물가 특히 상추와 깻잎은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다. 나는 금지옥엽 새끼들 키우듯 사랑스러운 눈낄과 손낄로 정성을 다해 공을 들였다.
봄비와 따스한 햇살이 지나간 어느 날부터 내 밭은 초록으로 물든 그야말로 설레는 내 맘 같았다. 더운 여름에 삼겹살을 잘 구워서 텃밭에서 갓 수확한 푸르고 싱싱한 상추를 먹어보리라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형체를 구별할 수 있는 잎이 나올 때쯤 나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도 없는 수많은 잡초님들과 조우하고 말았다. 도대체 내가 심은 그 수많은 상추씨는 어디로 간 건지??
며칠을 열심히 쭈그리고 앉아서 아닌 분들 가려내기를 했다. 다 가려내고 남은 내 상추밭은 가련하기 그지없었다.
맞다. 인생사 쉬운 게 하나 없다. 상추 하나 심기도 이렇게 어려운 데 우리가 매일 사는 삶이란 말할 필요가 있나...
그래서 늘 마음에 김을 맨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허투루 앉은 잡초가 내 맘 가득 앉을까 염려되어 조심스럽게 마음에 밭을 갈아본다.
내년엔 올해보다 나은 농사꾼이 되리라 굳은 다짐 하며 마음의 복밭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靜思語》要做心地農夫,自我耕心田,也在人人心中耕福田。
마음의 복밭을 갈아라. 너도나도
상추밥?잡초밥?그래도 나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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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10년 밴쿠버 20년 who am I 一辈子的询问。。。 오십이 넘도록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와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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