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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죽당 Nov 25. 2020

코로나와 오로라

The way to the Aurora

 코로나가 세상을 분리시킨 지 반년도 넘었다. 반강제로 집콕을 강요당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이 넘치고 넘쳐 머리가 답답한 어느 날 나는 코로나가 범접할 수 없는 곳, 그곳으로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순전히 치기로 한 일이라 그 이후에 일들이 확신 없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나는 코로나 중에 오로라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

밴쿠버 에서 위니펙 으로 구름이 많이 많이 비행기 곁에서






 먼저,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었다. 이 시국에 그것도 혼자서.. 내 방문이 부서질 뻔한 사건이 있은 후 나는 도망치듯 집을 떠나왔다.

 

두 번째 경비를 아끼려 끊은 비행기가 새벽 6시에 뜨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위니펙으로 떠났다. 생각보다 피곤하고 건조한 여행의 시작을 맞게 되었다

위니펙 법원, 10월의 햇살받고 고즈넉히..


 셋째, 위니펙과 밴쿠버의 시간차를 계산 못하고 기차를 떠나보낸 후 바보같이 텅 빈 기차역에서 반나절을 무슨 일인지 혼자서 고민하다가 결국 여행 계획을 변경해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는 결과를 감수하면서 다시 평정을 얻었다.

제일 싼 좌석

코로나로 암도 없어 네 자리 다 차지하고 2박 3일

그래도 개고생 모든 것이 고생고생,, 고생바가지..


 그렇게 처칠에서의 반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캐나다 매니토바 주 최 북단에 있는 항구 도시 처칠 폴라베어와 오로라의 도시, 거창한 미사여구만으로도 매해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도시라는 데 난 이곳에서 북극곰도 오로라도 구경할 수 없었다. 워낙 머물렀던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관광객들이 빠진(코로나 때문에) 도시는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기가 10월의 겨울 날씨를 시리도록 느끼게 한다.

Cape merry

아직 겨울이 시작도 안 했다는 처칠 앞바다

체감 온도 영하 10도


 언제나 여행이 끝나면 드는 생각 역시 파랑새는 원래 집에 있었다는 것이다. 꿈과 낭만의 하늘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오로라도 콜라를 마실듯한 커여운 북극곰도 어디에도 없었다. 지독한 고생만이 그곳에 있었다. 툰드라 지대가 바로 맞닿은 곳 그래서 과일과 채소가 비싼 관광객 입장에선 온통 바가지를 써야 하는 여행지일 뿐이었다.

한잔에 만원 짜리 코코아



 낭만은 멀리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 어디서든 즐길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래도 반년도 못 가서 또 반푼 어치도 안 되는 낭만을 찾아 어디론가 떠나겠지만,, 지독한 망각의 동물인 나를 위해 글 남겨 본다. 마음과 몸이 붕 떠 또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 이 글을 읽으라고..


 애들한테 김치 부침개나 부쳐줘야겠다 고소한 김치전과 시원한 맥주 한잔 아 진정한 행복이 거기에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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