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에서 본 어떤 유명인은 꼭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할 때 먹고 잔다고 했다. 자신은 그러한 삶에 무척이나 만족한다고 답했다. 나도 그렇다 난 그와 같은 유명인도 아니지만 타고난 똥 배짱과 작심삼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먹고 제때 잠 적정하게 자기가 잘 안된다. 언제나 의지박약으로 하루 반나절을 넘기기가 힘드니 말이다. 내식 대로라면 밥은 어쩌다 한 끼, 잠은 몰아서 32시간, 혹은 안 자고 꼴딱 삼일 뭐 그랬다. 그러니 오장육부 중에 나를 좋아하는 데가 드물어 시시때때로 탈이 나는데 가장 두드러진 게 급똥이다. 개 데리고 30분 산책 가기도 두려울만치 설사가 생활화되어 있다. 설사가 몰아치면 탈수현상이 일어나고 그럼 피부가 삐~~ 쪽 말라 터져 건조하게 갈라지니 악순환에 반복인 샘이다. 그래도 반평생을 이게 운명이라고 여기며 급똥과 메마른 내 삶이 숙명인 듯 나름 순응하고 살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에 의문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나는 예상하지 못한 시아버님과의 같은 집 생활을 잠시 하게 되었다. 팔순이 넘으신 시아버지 굶겨드릴 수 없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을 짓고 간소한 찬 영양가 생각해서(순전히 아버님 취향대로) 지겨울만치 똑같은 일상을 어김없이 몇 달간 채웠더니 내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급똥은 다 사라지고 아침마다 황금 같은 어여쁜 해우를 갖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피부는 다시 회춘한 듯 촉촉하고 윤기와 함께 탄력을 되찾았다. 물론 아버님과의 생활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규율과 질서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자유가 좀 없는 답답함이 없지 않았다.
아무튼 난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살 던대로 계속 내가 나로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닌 나로 맞춰서 살 것인가???뭐가 진짜 나인가...
뭐가 나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맞춰서 한번 살아봐야겠다. 백세시대를 살아갈 나라면 백 살까지 짱짱한 나는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님처럼 살아서 그와 같이 고령에도 신선처럼 가쁜히 구름 위를 걷는 삶을 살아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