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어느 밤의 향기

향으로 기억된 시간의 기록

by Be okay





정신이 없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모를 만큼 바빴던 그런 날이었다. 답답하고 건조한 사무실을 벗어나 한 발짝 밖으로 나서니, 밤공기에는 시원한 향이 묻어 있었다.

집으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를 탈 때면 저마다의 고유한 향이 맡을 수 있는데 오늘 탄 택시는 묵직한 담배 냄새가 은은히 남아 있었다. 아마 기사님이 한참 전에 피운 담배의 잔향이 공간으로 스며 나왔을 것이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다 보면 목적지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어제 손님을 태우려다 불법 유턴 딱지를 떼었다”는 기사님의 운으로 대화가 시작되었고 도착지까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첫 대화가 끝나자 잠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는데 그 분위기를 깨고자 나도 몇 마디 건네보기로 한다.

“장거리는 어디까지 가보셨어요?” 하고 물으며,

“운전은 얼마나 하셨어요?”라며 이야기를 더 이어갔다.

그러자 기사님은 많은 이야기를 돌려주셨다. 몇 마디 말을 나누다 보니 처음 느꼈던 불쾌한 담배 냄새도 이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처음 그 어색한 공간에서 느껴졌던 불쾌한 그 냄새. 냄새에 집중했던 건 공감을 통해 공간을 읽어낼 호흡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다시 만날 수없는 인연과의 건조하지만 따스한 대화를 마무리했다.


2021.10.15 01:37

퇴근길 택시에서, (죄송합니다 슨생님 조용히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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