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이별하기

긴 연애가 끝났다.

by 세지



3년의 긴 연애가 끝났다.

좋았던 만큼 고통이 따랐다.

바람 불면 날아갈까 꼭 쥐면 깨질까, 그렇게 예쁘게 했던 연애는 산산조각이 나고야 말았다.



원했던 이별은 아니었다.

둘 사이 문제가 아닌 철저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서로 갈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결코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란건 없다. 그냥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내려놓는 것뿐이지.



우리의 마지막은 암담했다.

만나서 끝낼 자신이 없었기에 전화를 택했고, 출근길에서 긴 통화를 마친 나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근길 중 어느 장소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내가 어떻게 울고 있었는지가 생생하다. 회사는 어떤 정신으로 출근했는지 모르겠다. 괜찮다는 듯 일상생활을 이어가고자 했던 나는, 실로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점심 도시락을 꾸역꾸역 모래알 씹듯 넘기는 스스로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별 후 몇 달이 지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상태로 만나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좋았고 슬펐다. 집에 가는 택시를 타는 그 순간을 미루고 미뤄 걷고 또 걸었다.



나는 내 속 이야기를 남에게 잘하지 못한다. 기회가 생기면 하겠지만 굳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다 종료되고 나서야, 정리가 되면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는 편인데, 이 때도 고민을 한다. 상대방도 힘든 상황이 있을 테고 그 또한 걱정스러울 텐데 나까지 거기에 보태고 싶진 않았다. 무엇보다 내 어려움을 공감받을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이별은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내가 선택한 방식이지만, 상대방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 자체가 괴로웠다.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할 수 없는가'란 근본적인 질문에 자주 갇혀있게 되었고 한 동안은 내가 그때 터져버리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계속 ing형이었을까- 란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지만 바로 다음 드는 생각은, 지금까지도 그 불안함을 가지고 만나고 있었더라면 서로가 서로에게 더 상처만 남기고 끝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진 게 아니니 당연히 오랜 기간 정리가 되지 않았고 그냥 아무 기대가 되지 않는 현재의 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 보고자 노력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모두가 나에게는 비교 대상이 될 뿐이었다. 못 잊어서 연애를 거부한 게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 사람만큼 눈에 차는 사람이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어떤 행복에 겨웠었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2년의 시간은 다행히도 바쁘게 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별의 고통은 반감이 되었지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을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 헤어지던 그날에 비하면 너무 괜찮아져 있는 스스로를 보며 뿌듯하기도 씁쓸하기도 했다. 마치 긴 수련을 하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귀 기울여보고 생각하고 절제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한 뼘 성장한 것 같다. 꾹꾹 눌러왔던 그날의 시간을 담아 이제야 이 주제를 가지고 글을 끄적거릴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정말 괜찮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그 사람의 소식도, 연락도 그렇게 아프지 않다. 헤어지면서 가장 바라 왔던 건 '상대방이 진정으로 행복하길'였다. 나보다 훨씬 큰 사람이 되어 나와는 감히 겨룰 수 없는 그런 사람으로 더 성장하길. 그의 무한한 행복을 바랐다. 지금은 정말이지 기다리던 꿈을 발견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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