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솔직함이 나를 반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축하하는 방법

by 세지



무섭다, 솔직하게.

그냥 사라져 버릴까 두렵다. 어느 날 갑자기 증발해 버릴까.


여전히 절제된 그런 모습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어주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넘어갈 수 없는 선이 있고,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불만을 갖지는 않는다. 나에게도 분명 그런 말 못 할 부분이 존재하고 마지막까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에게 여러 가지 예시를 주며 '만약에-' 문장을 늘어놓았었는데,


만약에 내가 어디가 아프면 어떻게 할 거야?

만약에 내가 시한부면 어떻게 할 거야?

만약에 내가 진짜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야?

만약에 내가 죄가 있으면?


수도 없이 다양한 '만약에' 질문을 받고 나니 처음에는 분명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 불안함이 함께 온다. 여러 가지 면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내뱉고 물어온다. 그러면 과연 어떨지, 어떻게 할 것인지.


내 대답은 처음에 길을 잃고 헤맸다. 명확한 의견도 상황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로서는 당장 변할 것 같지 않았다.


장난스레 물어오던 그와의 대화는 그렇게 나에게 궁금증만 남긴 채 3개월 가까이가 지났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있던 어떤 밤, 모든 것에 솔직해질 수 있었다. 다양한 극단적인 질문을 나에게 계속해왔던 이유, 숨을 한 번 고르고 그가 입을 뗀다. 이유를 이야기하며 어떠한 맥락에서는 본인이 그런 상황의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눈물이 먼저 앞섰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스스로를 오해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유를 들었고 분명 그 정도가 아닌데 말이다.


나는 한참의 고민을 담아 이야기한다. 십여 년을 넘게 본 그대는 아니라고, 분명 다르다고. 그리고 꾹꾹 참고 참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조심스레 골라해 본다.


'나는 촉이 좋은 사람이야. 나 사람 되게 잘 봐. 나 사람 잘 보는 사람이야.'


오열을 않더라도 그냥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 하면 그에게 내 진심을 가미 없이 아주 깨끗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안겨있는 짧은 순간 고민했다.


'내 촉은 틀리지 않고, 그 생각은 동의할 수 없다고. 그래서 네가 나에게 온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너와 함께 할 수 있었나 보더라고.'


이렇게 말해줬는데, 과연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길 바라본다.


힘겹게 꺼낸 이야기를 최대한 의연하게 풀어본다. 앞부분 이야기까지는 전혀 문제없었는데, 내 앞에서 본인을 낮추는 모습에 결국 눈물을 보이고만 나는 그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살아가며 다신 겪고 싶지 않을 상대에 대한 슬프고도 아련한 감정, 감사 이상으로 우리가 나눈 시간의 소중함, 이미 알아버렸기에 이 흔적들이 이제는 깊게 새겨지겠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공유하는 상대가 나라는 것, 그 사실 만으로도 지금은 고맙다. 쉽지 않다 당연히. 그렇지만 서로의 서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놀랍게도, 그와 나눈 이 밤이 아직 생생하다.

그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솔직했을 뿐인데, 어떤 눈빛으로 어떤 말투로 어디쯤에서 이야기했는지가 생생하고 우리가 나눈 기쁨, 슬픔, 아픔, 진심이 모두 한 공간에 응축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과거를 확인하는 것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시간에 대해 같이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나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되었다. 대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나를 감싸주던 눈빛과 말투, 내 눈물을 닦아주던 손짓, 속삭여주던 귓속말, 나의 말을 이끌어내 주던 그의 질문, 사실 그것만으로도 정말로이지 괜찮다. 어쩌면 행복하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어느 달 27일 밤, 정말 행복했고 그도 그러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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