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반대편으로

널 많이 아껴

by 세지

참 신기해.


우리가 연애를 한 지 벌써 일 년이라는 게.


그 한남동 뒷길 손 잡던 날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서로가 당연한 사이가 되었다는 게.


순간순간 행복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와중에,

슬픔이 공존한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참 평등한 연애라는 건 없나 봐.


이렇게 감정이 올라오는 날이면 소중해서 눈물이 먼저 나온다는 말을 감히 할 만큼

내게는 당신이 너무 소중하고 내게 가장 아끼는 무언가가 되어버렸는데,

당신에게도 내가 이런 존재인지.


예전의 나라면 지금의 우리 이 모습도 너무나 감사해야 할 일인데,

여기서 그 너머를 바라는 게 당신에게는 어떤지, 당신도 그러한지,

아니면 아직 내 이야기에 갸우뚱한 지,

나와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지.


언젠가 기억나?

내게 ㅇㅇ이 말고도 소중한 게 생겼다는 것이 한 편으로는 무섭고 두렵다고,

난 세상에 더 이상 지키고 싶지도 무서울 것도 없었는데

당신이라는 존재가 그걸 모두 뒤집어 놓았다고, 그런 말을 했었는데.


어쩔 때에는 더 이상 현생에 미련이 없다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을 힘들게 할까 봐서, 그게 더 두렵다는 것을.

사랑의 감정이긴 하겠지만, 슬픈 감정이 자꾸 함께 드는 건 왜일까.

분명 연애를 잘하고 있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좋은데

그다음이 걱정되고 이 이상의 감정들을 바라는 내가 어떨 땐 싫어.

이런 게 진짜 사랑인 건지, 너무 소중해서 잠시 감정이 깊어버린 건지.


이제는 당연해진 당신의 존재가,

당신에게는 나도 그러할지,

아마도 그 부분에서 내가 자신이 없어서 이렇게 모자란 모습이 불쑥 나타나는지도.


두서없이 써보지만 내 감정이 다 말로 표현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긴 세월을 담고 있어.

감정 통제에 수월한 나였는데

이번 연애에 보이지 않는 혼자 쏟는 눈물이 많은 것이 참 새롭고 이상해.

바라는 게 적어지면 조금 나아질지,

우리의 처음을 생각하면 내가 이러는 게 사치일 텐데 말이야.


내게는 아무래도 당신이라는 내가 바라고 바랬던 존재가

드디어 나에게 왔다는 사실이 소중하고 아깝고 귀중한 순간이어서,

순간순간 이렇게 행복해도 된다거나

이렇게 즐거워도 된다거나

당신으로 인해 내가 이런 존재로 인정받아도 된다거나

이런 소중한 마음의 조각들이 모여, 당신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새롭고 꿈꿔왔고 벅차고 감사한 시간이 눈앞에 보이는 게,

아무래도 그것이 내 눈물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 봐.


이 관계가 언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섞여 있지만

이건 분명 슬픔의 눈물보다는

그래도 우리 사이의 벅차오름이 더 크기 때문에 흐른다는 것.


당신이 그저 내게 소중하단 것보다 더 큰, 맞는 단어를 찾고 싶어.

아직 찾지 못했지만, 내 마음을 용기 있게 두드려준 당신에게 꼭 그 단어가 생각난다면

언젠간 꼭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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