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잘 지내요.

잠꼬대

by 세지


자다가 소파로 자리를 바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서럽게 울면서 깼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내 울음소리는 결국 그도 깨웠다.

바로 달려와 왜 우는지를 묻고 안아주는 그의 모습에서 내 마음에 안도감과 미움이 동시에 찾아왔다.

꿈 내용은 그였는데, 하지 말라고 한 것들을 계속해서 하고 내 마음에 집중하지 않고 멋대로 생각하고 해결하려는 그에게 많이 화가 났다. 통곡하면서 힘듦을 토로하는데도 그의 귀에 들리지가 않는 것 같았다. 결론은 이제 내가 어떻게 해도 신경 써지지 않고 내 말이 들리지가 않는가 보다였다. 꿈속에서 든 생각에 무너저 한참을 울며 잠에서 깼다.


함께 다시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결국 먼저 일어나 손을 꼭 쥐고 잠드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럴 때가 참 좋다고 생각한다. 네가 있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으면서도 보들보들 약자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우연히 겹쳐서 생기는 이런 기분 좋은 소소한 일들이 물론 과연 계속해서 펼쳐질지 약간의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꿈에서처럼 언젠가는 내가 무얼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소통불가의 때가 올 지도 모른다.


길어지는 연애의 불안함 보다는 희망을 보려 한다. 길다고 그저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게 아닌 지금만 가질 수 있는 우리 것들을 호사스럽게 누리고자 한다. 연애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우린 아직도 둘이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으니, 참 다행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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