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필요한 일

by 다다

‘올해는 어떤 이야기들이 공간에 쌓여갈까. 2024년에는 글과 사진에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만드는 기쁨’을 많은 분이 느끼게 되면 좋겠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만들어졌을 때 느껴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곁에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2024. 1)’

올해를 시작하며 썼던 글을 오늘 다시 찾아 읽었다. 그 후 1년, 그때 쓴 글을 읽으며 다시 한 해를 돌아본다. 이날의 다짐과 함께 2024년 2월 온라인 글쓰기 ‘okay write slowly 1기’를 시작했다. 12명으로 시작했던 온라인 글쓰기는 현재 5기까지 진행했으며 15명이 함께했다. 두 달 동안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는 온라인 글쓰기가 5기째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10개월 동안 매주 글을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오늘 쓰는 이 글이 온라인 글쓰기로 쓰게 된 40번째 글이다. 온라인 글쓰기 덕분에 매주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의미 있는 순간을 기록할 수 있었다.

2기부터 온라인 글쓰기 툴에 변화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댓글 기능이 생겨났다. 그 뒤로 매주 함께하는 분들의 글을 읽고 댓글로 마음을 전했다. 매주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고 짧게나마 댓글을 남기는 것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댓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는 없었지만 나처럼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는 분들도 생겼다.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의 독자가 되어준 덕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해 동안 총 12번의 전시를 진행했다. 그중 세 번은 ‘함께하는 사진전’으로 채웠다. 2024년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것처럼 글과 사진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함께한 분들에게 ‘나를 표현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기쁨’을 드렸을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 곁에서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던 나의 다짐도 잘 지켰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아직 올해를 회고하지는 못했지만, 2025년을 기다리면서 오케이 슬로울리 북클럽을 준비하고 있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를 잇는 작가정신 출판사의 ‘소설, 잇다’ 시리즈를 함께 읽는 오케이 슬로울리 북클럽 〈천천히 오래오래〉. 북클럽명인 〈천천히 오래오래〉는 ‘소설, 잇다’ 시리즈의 첫 책인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의 제목을 인용했다. 책 제목과 동명의 북클럽명을 생각하면서 출판사에 인용 허락을 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책에 실린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해 출판사에서 직접 작가님께 연락드려 사용 허락을 받아 주셔서 〈천천히 오래오래〉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다. 1908년에 태어난 신춘문예 첫 여성 당선자인 백신애 선생님과 최진영 작가님의 글로 첫 북클럽을 열 예정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법 등은 조금 더 고민해 보아야겠지만, 근현대 여성 작가의 글을 함께 읽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싶다.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한 것처럼 〈천천히 오래오래〉 북클럽 역시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여본다. 어떤 분들과 함께 읽어 나가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와 비슷한 마음을 품은 이들과 함께하게 될 거라고 믿고 싶다. 조명받지 못한 근대 여성 작가의 작품과 작품을 오마주한 현대 여성 작가의 글을 함께 읽고 재해석하면서 아직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다.


(202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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