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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티나 Jan 07. 2019

나는 워낙 아빠의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프롤로그


'그림 그리는 엄마'라는 타이틀이 제법 익숙해지고 있는 곧 두 돌맞이 3년 차 엄마. 그림 그리는 엄마여서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살뜰히 그림과 함께 기록하고 싶지만, 육아와 사투하느라 수면과 체력이 고갈되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게으른 엄마여서일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뜨문 뜨문 쓰여 있는 나의 노트는 아이가 커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이대로는 놓치는 게 많을 터. 아쉬운 마음에 아빠에게 sos를 청했다.

함께 공동 육아 중인 우리 아빠. 아이의 아빠가 아닌 나의 아빠, 아이의 외할아버지에게 말이다.



 나의 아빠, 아이의 외할아버지


참고로 우리 아빠는 그림책 속에 나오는 흰머리에 따스하고 정겨운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정겹기보다는 '재밌는'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월화수목금 함께 공동 육아를 하고 계시지만 밤새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딸과 사위들에게 추천리스트를 줄줄이 보내주는 그런 할아버지. (나의 학창 시절에도 그러셨다. 중간고사 시험기간인데 새로 나온 무협영화를 봐야 한다며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오셔서 엄마한테 혼이 나는 그런 아빠였다) 그렇다고 육아는 대충? 아니, 절대 아니다. 아마 우리 함께 공동 육아 중인 5명의 어른들은 모두 공감할 터, 그 누구보다도 열렬히 육아 중이시다. 내가 아이의 엄마인데도 가끔 나는 아빠만큼 열정적으로 못하겠다고 두 손 두 발 다 든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깊이는 같겠지만, 육아의 농도는 조금씩 다른 법이니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육아' 그 육아전쟁에서 가장 앞장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리 아빠.


이제는 은퇴하셨지만 여전히 안부를 묻는 졸업생들의 전화가 오면 '요즘 육아에 전념 중이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대답하는 아빠는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역시 아이를 향한 마음이 넘치고 넘쳐서인지 아니면 워낙 교단에서 입담 좋기로 소문난 홍 교수님이 복귀하신 건지, 어느새 나보다 더 많은 글을 쓰고 계셔서 이제는 육아의 속도가 아닌 아빠의 글이 쌓이는 속도에 못 이겨 나는 더 늦기 전에 차근차근 풀어 보려고 한다.


나중에 아이에게 들려줄 할아버지 이야기가 기대된다. 분명히 쓰면 쓸수록 엄마의 반성문이 되어가는 내 이야기보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나도 워낙 우리 아빠의 이야기를 좋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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