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편지를 드립니다^^
선생님의 편지는 잘 읽었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더 재밌게 읽었어요. 이상하게 시험 기간에는 공부 빼고 다 재밌습니다. 왜 시험 기간만 되면 공부보다 먼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 간만에 제 방 대청소를 했습니다. 방 구조도 좀 바꿔보려고 했지만, 부모님께서 진정하라고 하셔서ㅎㅎ
지난 편지에서 수학 점수가 높다고 해서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는 말씀이 신기했어요.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 중에는 수학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도요. 시험에서 수학 점수만 잘 맞으면 수학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요.
우리 반에도 수학 점수는 둘 다 매우 높은데, 극과 극인 친구가 있어요. 한 명은 수학 문제 푸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발표도 열심히 해요. 아이들에게 설명도 잘해서 모르는 문제 있으면 다들 그 애한테 가서 물어봐요. 바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면 한참 고민하다가 며칠 후에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요. 다른 한 명은 정반대에요. 수업 시간에 전혀 눈에 띄지 않아서 처음에는 수학을 잘하는 애인지도 몰랐어요. 수학 잘한다는 것을 알고난 후,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가서 물어보면 당황하고, 긴장하고 그래요. 조금 하다가 안 되면 다른 애한테 물어보라고 해요. 자기는 수학을 그리 잘하지 못한데요. 매일 3시간씩 수학학원 다니고 고등학교 수학 선행도 하는 애인데.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경우를 보면 차라리 수학 포기하고 속 편히 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ㅎㅎ
유튜브 관련 내용도 잘 읽었습니다. 유튜버를 수학과 엮을줄이야ㅋㅋ 역쉬 수학선생님ㅋㅋ 그래도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조언은 꿀팁이었습니다. 영상을 올리면서도 한 번도 다른 사람들 입장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내가 좋아해서 올린 영상은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너무 제 기준으로만 생각한 거 같아요. 다음번에 영상 올릴 때는 선생님의 조언을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끝으로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 시험 얘기합니다. 음… 역시나 망했습니다ㅜㅜ 물론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시험 잘 보고 싶어서 조금은 공부했는데 성적은 처참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속상했고요.
선생님 말씀 듣고 성장 마인드셋을 갖추려고 노력 중이고, 수학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학 공부를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 시점에 뭘 해야 하는지, 문제집을 사서 풀어야 하는지, 어떤 문제집을 사야하는지, 교과서만 봐도 되는지, 어느 정도 공부하면 중간을 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니 너무 막막해요. 수학 공부를 잘하는 방법 이런 거 없나요?
조언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중일올림
중일아, 안녕? 오랜만이구나. 시험 기간에는 공부 빼고는 다 재밌는 게 사실이야. 선생님도 그랬어. 시험 기간인데, 평상시에는 펼쳐보지도 않는 신문을 열심히 읽기 시작했지. 시사상식을 키우고, 나중에 대학 입학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명분으로^^ 시간이 흘러서 밤이 되면 아깝게 허비한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다음날이면 여지없이 책상 정리 등 딴짓에 눈이 팔리지ㅎㅎ
편지 끝부분에 수학 잘하는 방법이 있냐고 물었는데, 이거 너의 진심 맞지? 음… 감동이다. 선생님은 수십 년간 수학 공부를 하고,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수학 잘하는 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 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그냥 남들 하듯이 수업 잘 듣고, 선생님께서 숙제 내주시면 하고, 문제집 풀고. 주어진 것만 열심히 했거든. 잘 안되면 안되네. 나의 한계인가 보다. 저 애는 천재인가? 모르는 게 없네. 부럽다. 이 정도로만 생각했어. 한 번도 수학 공부를 잘하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조언을 구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 적다 보니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고 보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태도는 5가지로 구분되는 것 같아.
1수준- 잘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사람
2수준- 잘하고 싶어서 기존에 해왔던 방법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
3수준-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
4수준-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자신에게 적용해보는 사람
5수준- 다른 사람들의 노하우를 토대로 하여 그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만들어 내는 사람
어때? 좀 그럴듯하지 않니?^^ 공부든 유튜브든, 게임이든 연애든, 운동이든 누구나 각자 잘하고 싶은 영역과 분야가 있을 거야.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잘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는 1수준에서 멈추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방법을 습득한 후 더 나아가 스스로 대가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도 있어. 잘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일이는 3수준쯤 해당하는거 같은데?^^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공부, 유튜브, 게임, 연애, 운동, 대인 관계, 사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잘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존재해. 진짜냐고? 당연하지.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거지, 인터넷 검색창에 ‘ㅇㅇ잘하는 법’, ‘ㅇㅇ되는 법’이라고 입력하면 수많은 글과 책, 동영상이 뜰걸?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대부분 내가 최초가 아니거든. 짧게는 수년 전부터 길게는 수천 년 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비슷한 길을 걸었어. 감사하게도 그들 일부는 그들이 경험한 것과 깨닫게 된 지혜, 습득한 노하우를 다양한 수단을 통해 남겼어. 이천 년 전에도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었고, 수학 공부하는 학생이 존재했잖아. 그 당시의 학생 중에도 중일이처럼 수학 잘하는 방법을 궁금해하는 학생이 있지 않았을까? 그 당시의 선생님이나 수학 잘하는 사람 중에 그들이 알고 있는 비법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테고.
정리하자면 모든 분야에는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공략집이나 전략집이 존재한다는 것이야. 나의 레벨을 급상승시킬 수 있는 엄청난 공략집이 있는데 모르고 넘어가기는 좀 아쉽지 않겠니? 공략집이 없다면 1년 걸릴 일인데, 공략집을 통해 노하우를 익혀서 한 달 안에 끝낸다면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니? 그러면 남은 시간에 나에게 더 중요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테고.
어때? 선생님이랑 함께 수학 공략법 마스터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