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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Feb 18. 2023

달리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생각


여행을 통해서만 가능한 생각이 있듯이, 달리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생각이 분명히 있다.


달리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생각은 '떠'오른다. 달리면서 무언가를 의도적으로 생각하려고도 하지만 오래 붙들고 있기 힘들다. 그래서 달릴 때는 그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그중에는 걸러줘야만 하는 생각도 있고, 더 진척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으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도 있다. 


달리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생각이 존재한다는 게 달리기의 매력 중 하나다. 달리기는 힘들지만 달릴 때 '떠'오를 생각을 기대하며 달린다.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 책을 몇 권 샀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책도 추천받아 샀다. 


이건 어느새 갖춰진 습관인데, 뭔가 새로 배울 때는 책을 먼저 사서 본다. 운전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운전을 책으로 배웠다. 그리고 차를 받은 첫날 접촉 사고를 내고 말았다. 책에서 차폭에 대한 감을 익혀야 한다고 해서 주차된 차 가까이 운전하다가 박아버렸다. 


재테크에 대해서 배울 때도 그랬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도 당연히 책을 통해서 시작했다.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 책을 알아보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혼자 있고 싶어서, 침묵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뛴다고 한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뛰면서 하루키가 장편 소설을 수십 년간 쓸 수 있는 힘은 달리기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와 끈기는 떼어놓을 수 있기에,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흩어진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달리기는 힘들지만, 달리기의 매력이 충분하기에 당분간은 좀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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