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군산역 도깨비시장
“커다란 전복 껍질에다가 두더지 삶은 것을 올려놔요. 그걸 먹으면, 도깨비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만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 퇴치법이다. 육신을 잃은 도깨비들은 이름으로만 남았다. 군산역 광장에 서는 것도 ‘도깨비시장’이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누가 맨 처음 왔는지, 시작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군산역 광장에 좌판을 벌였다고 한다. 노점 상인들이 차츰 늘더니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역을 끼고 있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빼곡하게 노점이 들어섰다.
어떤 사람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 1시부터 나왔다. 장항과 군산을 잇는 금강하굿둑에 다리가 놓이고는, 충청도 사람들도 와서 노점을 차렸다. 오전 6시 45분, 통근기차가 군산역에 도착하는 시간. 오산역이나 임피역에서 탄, 등이 굽은 할머니들이 당신들 몸보다 더 큰 보따리를 이고서 전속력으로 달려 나왔다. 역 건물에 붙어서 노점을 차렸다.
"시끄럽다, 이놈들아!"
노점 할머니들은 힘차게 소리쳤다. 군산역 직원들은 좌판을 걷으라고 호루라기를 불었다. 할머니들은 저항하면서도 풀어놓은 보따리를 쌌다. 그러다가도 손님이 “이거 얼마예요?” 물으면 순식간에 풀어헤쳤다. 전주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온 승객들이 군산역에 내리는 오전 8시 20분. 셀 수 없이 많은 노점들은 삶은 두더지를 먹은 도깨비처럼 사라졌다.
몇 해 전, 군산역은 시 외곽으로 이전했다. 도깨비시장은 따라가지 않았다.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작은 도시에 대형마트가 두 개나 생겼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바닷가 도시답게 해산물이 많다. 제철 과일과 채소도 많다. 사람들에게 체감 물가는 언제나 높다. 지갑이 새는 것도 아닌데, 갖고 온 ‘배춧잎’을 세고 또 세며 장을 본다.
도깨비시장 상인들은 그 마음을 잘 안다. “깎아주세요”라는 말을 듣는 건 반기지 않지만, “쪼까 더 가져가” 하면서 덤으로 주는 건 잘 한다. 35년째 시장에 나온다는 할머니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것 안 사도 괜찮해” 하면서 몸을 녹이라고 붙잡았다. 불 앞에 바짝 다가갔더니, 노점상 세계의 베테랑 할머니는 말했다.
“불 가까이에 너무 뽀짝 앉으믄 안 되제. 그을음 나서 목욕탕 가야 혀.”
마지막 사진은 군산시청에서 제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