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먹고 갈래요?

군산 성산초등학교 학부모회

by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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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마지막 강연 장소는 군산 성산초등학교. 날짜는 12월 28일 금요일. 학부모 모임에서 초대해주었다. 하필 전날부터 바람이 얼굴을 찢어놓을 것처럼 날카롭게 불었다. 맑았던 하늘도 오후부터 내려앉기 시작했다. 28일의 일기예보를 보니까 최저기온 마이너스 7도, 최고기온 마이너스 1도. 눈 올 확률 100%였다.

“눈 내리면 성산초등학교까지 데려다줄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말했던 강동지는 28일 자정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해 보니까 딱 기분 좋게 마신 상태였다. 그런 사람을 소환하느니 천수답 농사에만 의지하던 농부처럼 하늘에 대고 빌었다. 제발 눈만 내리지 않게 해달라고.

12월 28일 오전 9시 반. 바람에 떠밀린 눈발은 듬성듬성 날아다녔다. 와이퍼를 켜지 않아도 될 만큼의 존재감이었다. 성산초등학교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랬다. 2시간 뒤에는 쌓여있으려나. 집에 가기만 하면 되니까 미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뭐.


성산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을 이끄는 손현화 선생님과 같이 교장실로 인사하러 갔다. 원래 그러는 거지만 강연할 때보다 더 긴장되는 자리다. 웬걸! 멀쩡한 사람도 쫄보로 만드는 교장실 분위기는 푸근했다. 뒤이어 들어온 학부모, 교감 선생님, 교사들이 주제가 딱히 없는 이야기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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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한 강연 분위기도 자유분방했다. 도중에 한 분이 “죄송하지만 사인 좀 해주세요. 가야 하거든요”라고 했다. 모두 빵 터졌다.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네임펜을 잡았다. 사람들이 사인 해줄 때 글씨 예쁘게 쓰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그 점은 안심해도 되는데. 내 글씨는 막 날아가는데.ㅋㅋ


질문은 열다섯 가지. 겹치는 질문도 있어서 금방 끝날 것 같지만 길어진다. 편안한 분위기에서는 더 그렇다. 목이 칼칼할 정도로 얘기하고, 사진 찍고, 사인하고 나서는 끝난다. 그러나 전교생 60여 명인 성산초등학교에서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급식 먹고 가세요. 오늘 4학년들 어디 가서 밥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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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교사들 틈에 끼어서 급식을 먹었다. 잡곡밥(오랜만에 꼭꼭 씹어 먹었음), 칼국수(국물에 든 새우만은 못 먹어서 남겼음), 오징어 볶음(반찬이 떨어지면 밥에 비벼먹음), 콩나물(아삭아삭), 프랑크 소시지( 더 먹고 싶었음), 김치에 귤. 거의 완식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만 해도 친해진 느낌이 난다. 밥까지 함께 먹었으니 말해 무엇 하리. 기회 되면 또 만나자고(나운동 자연드림에 장보러 온다고 했음), 한길문고에 찾아오겠다고 해서 후일을 도모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발은 아예 흩날리지 않았고, 차창으로 찌를 듯한 햇살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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