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의 기준

군산 산북중학교 강연

by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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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로 강연 하러 갈 때는 예쁘게 하고 가고 싶다. 동생 지현의 집에 가서 화장을 하고,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를 한다. 그러느라고 아침밥은 못 먹는다. “일찍 일어나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나도 할 말은 있다. “그게 어렵다고요.”

12월 18일 화요일 오전 9시 35분. 나는 군산 산북중학교에 도착했다. 정타미 선생님을 만나서 남궁세창 교장선생님에게 인사하러 갔다. 원래 학교 강연 가면 그러는 거다. 어색한 자리에서도 성숙하게 차를 마시는 게 어른의 삶이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좋습니다. 아주 예뻐요.”


웃을 때 눈주름이 근사한 남궁세창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떠들고 놀 수 있도록, 교장실과 아주 가까운 로비에 파라솔과 의자를 놓아두었다. 자주자주 바뀐다는 포토존도 있었다. 수업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음악은 케이팝. 요일마다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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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북중학교의 남다른 점은 또 있었다. 교실 두 개를 터서 만든 듯한 카페가 있었다. 테이블 사이에는 커다란 나무 화분이 있고, 테이블 위에는 조그만 화병이 있었다. 강연 들으러 온 학생들 먹으라고 과자와 음료까지 올려두니까 정말로 카페 분위기가 났다.


중학교 강연은 30명 이하가 좋다. 고등학교는 50명 이하가 좋다. 나는 그렇다. 산북중학교는 딱 30명. 강연을 진행하는 정타미 선생님은 미리 <소년의 레시피> 30권을 사서 학생들에게 읽게 했다. 그 중에는 조카 강영서와 강민송도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우와!”하면서 우정의 무대 같은 박수를 치거나 “예뻐요!”라는 과한 리액션은 고등학생들이나 하는 거다. 시 때 없이 졸음 공격을 받는 중학생들은 나한테 아이 컨텍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 아름다운 산북중 학생들은 몇 명만 책상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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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끝나고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질문이 없을 때는 내 강연이 완벽했다고 여기면 된다ㅋㅋ). 소년이 해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무엇이었느냐, 책을 읽을 때에 감정이입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왜 소년의 동생은 꽃차남이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 무엇이었느냐 같은 질문이 열다섯 가지나 됐다.

줄을 서서 사인을 받는 시간. 아이들은 똑같은 말을 써주는 걸 싫어하니까 긴장된다. 글씨라도 예쁘게 써주면 학생들은“오!” 하고 감탄하니까 휘갈겨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하는 시대에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었다.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한길문고로 오세요. 그때 읽고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고민 상담소 하거든요.”

“작가님, 그러니까 한길문고에 언제 가야 만날 수 있어요?”


아무 때나 오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지를 꺾을 배포가 나한테는 없다. 아무 때나 오시라고, 꼭 그러시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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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은 2시간을 꽉꽉 눌러서 했다. 그래서 딱 한 가지가 아쉬웠다. 학생들이 로비에서 웃고 까부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정타미 선생님이 안내하는 로비에 서서 그런 광경을 잠시 상상했다. “조용해!”라는 지시가 빠진 자리에 어떤 활력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그날 오후, 정타미 선생님은 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역시 중학생들! 그 보들보들한 얼굴은 다 책으로 가리고 찍었다. 그래도 예쁘다. 떠들라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학교도, 그런다고 파라솔을 차지하고 노는 학생들도. 학교 공부와는 먼 이야기를 읽게 하게 강연을 열어준 정타미 선생님과 산북중학교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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