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산의 ‘사라진 세계를 찾아서 in 몽골’ 사진전
꽃차남이 꽂혀있는 동물은 쥐다. 미키마우스나 라따뚜이 같은 캐릭터 쥐 말고 진짜 쥐. 아파트 놀이터에서 쥐를 봤는데 너무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난리였다. 쥐가 지나간 자리에다가 과자를 사놓고 오기도 했다. 꽃차남은 우리 집에다가 쥐를 키우자고 강동지와 나를 들볶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쥐에게 어떤 매력도 느끼지 않는다. 쥐오줌이랑 쥐똥 냄새는 진짜 싫다. 밤에는 쥐들이 우리 집 천장에 몰려온 적도 있었다. 운동회에서 공 굴리기 하는 것처럼 그 작은 발로 뭐를 끌고 달려 다니는 소리였다. 하튼, 1년에 36,000개씩 똥을 싸는 쥐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를 쓴 이영산 선배가 부여에 오라고 한 건 지난 1월이었다. 신동엽 문학관에서 몽골 사진전을 연다고 했다. 몽골에 수십 번 갔고, 거기서 그냥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하는 능력자다. 선배가 유일하게 못 하는 게 베·셀 작가라고 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도 나왔다. 엄청나게 예쁜 여주가 대놓고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었는데도 베·셀이 아니라니. 책이라는 것도 농사처럼 하느님과 동업해야 하는 건가.
문득 생각했다. 이영산 선배의 <사라진 세계를 찾아서 in 몽골> 전시에는 분명 쥐 사진이 있을 것 같다고. 딱 한 번 가본 몽골에서 쥐를 본 적도 있다. 정확한 이름은 타르박. 덩치는 우리나라 쥐보다 훨씬 컸다. 행동은 엄청나게 재빨랐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꽃차남아, 몽골 사진 보러 가자. 타르박이 사는 데잖아. 엄마의 선배님은 분명히 타르박 사진을 찍었을 거야.”
낮에는 뜨거웠고, 밤에는 너무 추웠던 몽골. 늦게 자고(해가 안 떨어짐), 늦게 일어났다. 세수 같은 건 하지도 않았다.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곳이었다. 별은 저 위에서만 뜨지 않았다. 하늘에서 지평선까지 철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빡빡하게 에워싸서 반짝였다.
차 안에서는 계속 맥주를 마시고 아무 노래나 계속 불렀다. 오줌이 마려우면 차를 세우고 저~ 먼 곳까지 갔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델리카 뒤에서 오줌을 누었다. 한 번은 내 머리 위가 컴컴해졌다. 고개를 젖히고 봤더니 구름 구름자였다. 나는 어릴 때처럼 막 구름 그림자를 따라서 달려갔다.
날짜를 따져보면, 사진전은 거의 막바지였다. 보러 오는 사람은 많았다. 이름표를 건 단체관람객도 많고, 멀리서 일부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베·셀 작가 말고 다 잘하는 이영산 선배는 관람객들에게 설명도 잘해주고, 포스터도 잘 줬다. 사진 찍는 거 싫어한다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이대면 포즈를 잡아주었다. ㅋㅋ
타르박 사진이 없어서 시무룩해진 꽃차남은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고 밖으로 나갔다. 덕분에 천천히 사진을 둘러봤다. 동물들도, 사람도, 자연도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많은 작품 중에서 나는 게르 한 채가 별빛에 완전히 포위된 사진 한 장을 샀다.
“온 김에 백제 금동 대향로랑 정림사지 석탑만 보고 가라. 공사 중이라서 입장료 안 받어.”
이영산 선배가 말했다.
“으하하하! 선배, 내 가난 티 났어?”
나는 이영산 선배 말대로 정림사지 석탑을 보고는 부여 박물관으로 갔다. 금동 대향로가 있는 제 2전시실로 바로 갔다. 다 켜지 않은, 연극 무대 같은 조명을 받고 있는 금동 대향로는 장엄해 보였다. 꽃차남과 나는 기가 죽어서 가만가만 말했다.
향로를 보고 나오니까 사치가 막 하고 싶었다. 박물관 상점에서 파는 모형을 몇 개 샀어도 허전했다. 그래서 박물관 옆 카페 ‘G340’으로 갔다. 카페를 운영하는 분은 나하고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사람, 페친이다. 나랑 꽃차남은 사이좋게 카페라떼와 달다구리를 하나씩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