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재밌는 일

군산 한길문고 200자 백일장 대회

by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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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기획할 때부터 재밌을 거라고 장담했다. 포스터 나가자마자 100명 넘게 신청할까 봐 선착순 30명으로 못 박았다. 그런데 신청자는 20여 명. 나는 재깍 정신승리 하는 쪽을 택했다. 약속이 많은 금요일 저녁에 그만큼 모이는 것도 대단하다고.


문학성 30점, 독창성 30점, 내용구성 30점, 심사위원 feel 10점.

심사숙고해서 짠 백일장 대회 배점을 보고는 강동지가 피식 웃었다. “심사위원 feel이 왜 들어가?”라고 물었다. 나는 딱 떨어지게 대답을 못했다. 다만, 길가에 굴러댕기는 돌멩이나 오솔길에 부는 산들바람 같은 게 ‘심사위원 feel’이라서 포기하지 않았다.


6월 28일 금요일 오후. 신청자 수에 딱 맞게 백일장 원고지를 만들기 위해서 한길문고에 다시 전화했다. 헐! 대회 4시간을 앞두고 신청자가 30명을 넘어버렸다. 선물을 준비하는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님한테 이 위기를 보고했다. 나는 거의 ‘콤퓨타’ 수준으로 상품을 예산에 맞게 다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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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상 – 페리오 치약 170g (총 30개)

계속 쓰기 바라요 상 – 방울토마토 1팩 (총 15개)

(식구 중에서)넘버원 상 – 방울토마토 1팩 + 롤 휴지 2개(총 10명)

곧 작가 되겠어요 상 - 방울토마토 팩 + 롤 휴지 2개 + 샴푸 1개 (총 5명)

글쓰기 직전에 가르쳐준 주제는 엄마. 사람들이 일제히 숨죽여서 뭔가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심사위원이 누리는 특혜. 뭉클했다.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때는 분위기를 깨려고 유치하게 노트북 자판을 세게 두드리기도 했는데, 사뿐사뿐 걸어서 사진 서너 장만 찍고 가만히 서 있었다.


객관적으로 대회를 진행해야 하니까 다 쓴 글은 뒤에 있던 문지영 대표님한테 냈다. 대표님이 다시 나한테 갖다 줬다. 빠르게 원고지들을 스캔해봤다. 원고지에 하트나 귀여운 캐릭터 같은 거 그리지 말랬더니 진짜로 글만 써서 좀 실망했다. 그런 거 보려고 심사위원 feel 이 있다고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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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심사하는 동안 참가한 분들이 지루할까 봐 곁가지로 연 ‘시 낭독 대회’. 본판보다 더 재미있었다. 처음 사회를 본 김준정 선생님도 유쾌하고, 낭독에 참가하는 선생님들도 (5000원 상품권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다들 불타올랐다. 퇴근해서 참가한 서점직원 정민씨도 시 낭독을 했고, 큰 상을 받았다.

심사는 매우 어려웠다.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자동으로 콧물이 나오는 글도 많았다. 그러니 어떤 이력서에 ‘한길문고 200자 백일장 대회 수상’ 경력이 쓰여 있거들랑 의심하지 마시라. 1회 참가자들은 모두 상을 탈 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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