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사치를 일삼는 사람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이래서야 되나? 되겠지, 뭐!

by 배지영
KakaoTalk_20190712_001353386.jpg

제규와 꽃차남은 열 살 터울. ‘10년 주기 출산설’을 내세운다. 제규는 1999년생, 꽃차남은 2009년생. 셋째 아기를 낳는다면, 2019년인 올해 낳아야 한다. ㅋㅋ

10년 전에는 임신 7개월 안 돼서부터 원광대학교 병원에서 누워 지냈다. 죽은 사람처럼 거의 움직이지 않고 두 달간 버티고 나서야 가까스로 아기를 낳았다.


올해는 진짜 출산의 해. 나는 성인 일곱 명을 한꺼번에 낳은 것만 같다. 글 쓰는 세상에서 날마다 쑥쑥 커나가는, 가끔은 내 자식 같은 그이들은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1기 선생님들’이다.


“둘째는 절대로 안 낳을 거야!”라는 맹세를 하고도 아기를 낳는 젊은 엄마처럼 몇 달 만에 나는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2기 선생님들’을 불러들였다. 한꺼번에 또 열 명 넘게 출산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기를 먹이고 재우듯이 선생님들과 글쓰기를 했다.


태어난 순서대로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1기는 어쩐지 큰애 같고, 한길문고 에세이 쓰기 2기는 작은애 같다. 마당 쓸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는 것도 에세이 1기 선생님들에게는 조금 더 거칠게 시킨 것 같다. 악플이 달려도 세상으로 나가라고, 여기저기 매체에 글을 쓰라고 떠밀었다.

‘내가 잘 쓰고 있나?’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선생님들은 글을 썼다. ‘내 글은 왜 이렇게 못나 보이지?’ 하면서도 선생님들은 9개월째 잘해 왔다. 이제는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는 선생님들도 있고, 세상에 글을 보내기 위해 마지막 용기를 모으는 선생님들도 있다. 날마다 글을 쓰니 작가가 된 거다.

KakaoTalk_20190712_001352848.jpg

큰애 같은 에세이 쓰기 1기 선생님들은 듬직하다. 더 이상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스로 모임을 꾸려나갈 만큼 커버렸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작당모의를 해서 사치를 일삼는다는 게 걸린다. 정말 큰 흠이다. 오늘도 순식간에 한길문고 한켠을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왜?


6월 1일부터 백수였던 나는 곧 취직한다. 한길문고는 ‘2019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거점서점으로 선정됐고, 나도 8월 1일부터 상주작가로 일할 거다.

에세이 쓰기 선생님들은 “옳다구나, 사치할 기회구나” 하면서 당신들끼리 단톡방에서 나를 따돌리고 떡 돌릴 채비를 했다. 그러나 나는 굳센 사람. 잔칫상 앞에서도 울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세상 재밌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