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덕찐덕 개미똥구멍 냄새 나는 손들

방과 후 공개수업

by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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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꼭 와!”


제규는 안 했던 말, 꽃차남은 잘도 한다. 방과 후 공개수업을 4년째 가고 있다. 조금 긴장한 선생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고, 적어도 1주일 전부터 수업 내용을 연습한 아이들은 처음 하는 것처럼 선생님을 따라준다.


집에서는 불꽃 성질, 학교에서는 다소곳한 꽃차남. 특별한 활약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안 가고 계속 있나?” 뒷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흘끔거린다.


“엄마, 기다려! 지후 데리고 올게.”


방과 후 교실에서 나온 꽃차남은 지후(시후 동생, 2학년)를 찾으러 다른 교실로 간다. 나는 그 사이에 창밖으로 운동장을 본다. 오래 전에 제규가 내다봤을 운동장, 지금은 꽃차남과 시후 지후,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 운동장.


꽃차남과 같이 온 지후는 ‘열공 중’과 ‘방해금지’라고 써진 실내화를 신고 있다. 나를 보고 순하게 웃으면서“사진 찍어요”라고 한다. 실내화에도 자부심을 느끼는 지후가 좋다.


양 옆으로 선 아이들은 각각 내 손을 잡는다. 찐덕찐덕하고 따습고 개미똥구멍 냄새가 날 것 같은 손. 나는 아이들 손을 번갈아가며 내 코까지 끌어당긴다. 흡~~ 엄마 기분이 좋다는 걸 눈치 챈 아이들은 속셈을 감추지 않는다.


“엄마, 포켓볼 받는 데 들렀다가 가자. 받자고는 안 할게.”


땡볕이 내리쬐든, 끈적끈적한 여름밤이든, 칼바람 부는 겨울날 오후든, 포켓볼을 받으러 수 없이 와봤던 곳. 하나도 새롭지 않은 장소지만 아이들은 씩 웃는다. 사진 찍으라고 포즈를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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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현금 있어? 사장님이 카드는 안 받어.”


아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금호 2단지 옆구리에 숨어있는 포장마차. 꽃차남은 소떡소떡, 지후는 떡꼬치를 주문한다. “여기~”하고 사장님이 건네주자마자 아이들은 나한테 한 입 먼저 먹여준다. 내 볼에 묻은 소스는 꽃차남이 자기 손가락으로 닦아서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먹으면서 걷는 아이들은 더 이상 내 손을 잡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의 목 뒷덜미를 본다. 쓰다듬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 아이들은 다시 앞서간다. 꽃차남은 방과 후 교실에서 그러는 것처럼 내가 뒤에서 잘 걸어오는지 확인하느라 뒤를 흘끔거린다. 우리는 눈이 마주친다.


“엄마, 엄마도 학교 오니까 좋지?”

“응, 좋아.”

“그럴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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