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 중간워크숍
“책 너무 잘 봤어요. 작가님 팬이에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마법의 말이다. 서울에 있는 문화의집협회 우지연 이사님과 장은진 선생님은 각각 이 말을 했다. 그래서 맡게 된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 협력기획자라는 일.
문체부와 출판문화진흥원이 후원하고 한국문화의집 협회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선발된 청년 100팀에게 예산을 지원해준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청년들은 3개월간 자신들이 기획한 인문 프로그램을 해보는 거다.
지난 여름에 처음으로 전국 곳곳에서 모인 청년들을 만났다. 나는 그 중에서 아홉 팀과 따로 이야기를 했다. 살면서 이것저것 읽고, 듣고, 해본 게 헛된 일은 아니었다. 골고루 말할 수 있게 회의를 진행하고, 미리 읽고 간 기획서에 뭔가 보태주는 말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자대로 복귀하는 군인과 같이 앉았다. 보들보들해 보이는 얼굴을 한 군인이 엄마랑 전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안 듣기 위해서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 대고 있었다(그래도 들림).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군인이 버스를 타고 오는 길은 몹시 밀렸다고 했다. 2시간을 더 허비하는 바람에 논산역 도착은 오후 7시 10분. 부대에 많이 늦는다고 전화를 하고서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아휴, 저녁밥도 못 먹고 어쩐다니.”군인의 엄마는 안타까워했다.
“엄마,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바로 말을 잇지 못하던 군인의 엄마는 말했다. “사랑해, 우리 아들.” 그 순간, 군인이 옆에 앉은 나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완전히 잠든 척 하느라 나는 숨을 고르게 쉬었다. 군인은 아까보다 더 작게 숨죽이고서 말했다.
“저도요, 사랑해요.”
우리 큰애와 같은 또래일 것 같은 군인. 더위를 타는 체질이라 집에서는 팬티만 입고 생활하는 젊은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나라를 지키고, 대중교통 타고 가면서도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줄 아는 근사한 사람. 안 그러려고 했는데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 일요일에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 중간워크숍에 갔다. 그 동안 계획대로 잘 진행했는지 점검하는 자리였다. 나도 한 꼭지를 맡아서 강연을 해야 했다. 잘하는 편인데 오랜만에 못 했다.
그래도 한 번 만난 적 있어서 얼굴을 알고 이름도 아는 대구 사는 청년 옆에 앉았다. ‘디지털 기기를 쓰는 노인들이 안 쓰는 노인들보다 더 행복하다’는 논문에 착안해서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팀이었다.
기획서대로 안 되는 현실, 뜻밖의 성찰, 생각지도 않았지만 근사하게 만들어진 젊은이들의 결과물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좀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그날 문화의집협회 장은진 선생님이 가장 잘한 팀에게 준 선물은 <우리, 독립청춘>이었다.
바보 같은 말이지만, 젊은이들은 너무나 젊고 눈부시고 아름답고 근사했다. ‘내가 참 나이를 많이 먹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