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6일에 이화여대 로스쿨 서을오 교수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남편의 레시피>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교수님이 10년 넘게 참여하는 ‘광화문 북클럽’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예일대 로스쿨 대니얼 마코비츠 교수가 쓴 <엘리트 세습>(세종서적, 2020)을 토론하고는 대니얼 교수에게 토론과 발표 내용을 메일로 보내서 답장을 받았다는 ‘광화문 북클럽’의 3월의 책은 <남편의 레시피>. 영광입니다.
3월 27일 월요일 저녁에 2시간 동안 줌으로 북토크를 하기로 했다. 광화문 북클럽 회원 + 서을오 교수님의 수업을 받는 학생 수십 명. 어쩐지 조금은 가냘퍼지고 싶었다. 만삭(36주 출산, 56kg) 때보다는 덜 나가고 싶었다. 목표는 55kg, 눈 딱 감고 2kg만 살을 빼고 싶었다.
“그래! 해.”
강성옥 씨는 순순히 그러라고 했다. 다만, 이 아저씨는 다이어트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다. 초록색만 많으면 되는 줄 알고서 샐러드를 끼니마다 3인분씩 만들었다. 그리고는 밥 한 숟가락은 먹어야 된다고 보통 때랑 똑같이 밥을 차렸다. 아니, 쫌! 코스 요리가 아니잖아.
북토크는 다가오고 몸무게는 하나도 줄지 않은 3월 25일 밤. 나는 단식으로 저항할 결심을 했다. 강성옥 씨는 나보고 안심하라며 ‘철저한’ 다이어트 식단을 차렸다. 샐러드, 표고버섯, 묵무침.
짜란! 내가 의자에 앉자 마자 강성옥 씨는 두꺼운 치즈 이불을 덮고 있는 군고구마를 내왔다. 탄수화물이지만, 다이어트 음식이 확실하다고 지식 자랑까지 했다.
내일 <남편의 레시피> 북토크 하는 날. 다이어트는 완전히 망했다. 그래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니까 일요일 밤부터 굶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필 서해는 주꾸미 철. 제철 음식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강성옥 씨는 주꾸미, 회, 가리비, 소고기 등을 사왔다. 오랜만에 제규도 집에 왔다.
어제 일목 백영란 선생님의 수묵화 전시회에서 내가 왜 여백의 미보다 꽉 찬 그림을 좋아했는지 알겠다. 만날 밥상이 이렇게 빽빽해서 여백의 미를 본 적이 없는 거다. 모르니까 감상할 줄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