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에 대하여

by 배지영

오래도록 내 곁을 서성였을 L.

눈밭에 머리를 박는 꿩처럼, 나는 바짝 다가오는 L을 모른 척하고 싶었다.

L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강썬님(컬러풀 패셔니스타, 수학 2등급)을 노렸다.


강썬님은 어머니 생일선물을 산 적 있다. 슬랙스, 허리 사이즈 25.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슬랙스 입는 데 성공하긴 했다. 소파에 앉을 수는 없었다. 씨름왕 출신에 재력가인 나는 반품비 6,000원을 냈다.


필연적으로 강썬님은 L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하여 선택한 한파용 러닝 후드 L. 어머니가 좋아하는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에서 몬스키가 입던 스타일.


외면할 명분이 없는 나는 L에게 곁을 주었다. L의 품은 넓고 안온했다. 이제 인정한다.


“L 아니면 안 됩니다.”

#꽃부티크플로버

#생일아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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