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예절 꽝인 사람

by 배지영

밥 먹다가 돌아다녀도 될까요.


어린이집 다니는 아기들도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조금자 씨(1949년생)는 정답을 모른다. 아무리 알려줘도 이해를 못 하고 되묻는다. “어쭈고 그런다요?”


영광 법성포의 식당 ‘풍성한 집’. 낮 1시 넘어 도착한 딸내미들 기다리느라 배고팠을 아빠는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배지현도 최길임도 가만 앉아 있는다. 나는 밥상 예절을 아는 사람, 재빠르게 음식 사진 두 장만 찍고 폰을 내려놓는다.


굴비 정식 메뉴 하나만으로 건물을 올렸다는 전설의 밥집. “먹어 봐야.” 서로에게 막 권하는 간장게장, 알맞게 짭조름한 보리굴비, 1인 3마리씩 해치워야 하는 굴비구이, 배불러서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은 조기탕에 옛날 시골집 맛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반찬들. 조금자 씨 혼자만 긴장감을 유지한 채 밥을 뜨는 둥 마는 둥.


‘아니이, 엄마.’

나는 밥상 예절을 아는 사람, 텔레파시를 보낸다.

‘우리는 돈 낼 생각이 아예 없다니까. 편하게 밥 먹고 이따가 결제하라고요.’

내 마음은 조금자 씨에게 닿지 않는다.

카운터 앞, 조금자 씨의 뒷모습에 난처함이 서린다. 한쪽으로 비켜나서 쪼그려 앉아 가방 속을 헤집는다. 응당 있어야 할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며 집에 갈 태세다. 아빠가 당신 카드를 건넨다. 밥값을 결제하고 나서야 조금자 씨는 입맛이 도는 모양이다. 돌솥밥을 다 먹은 뒤에 공기밥을 추가한다.


식당 모퉁이에서 조금자 씨의 일터는 20여 미터. 호텔 화장실처럼 반짝반짝 닦아놓는 공원 화장실. 조금자 씨의 자부심이 깃든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는 친구 길임이한테 ‘우리 엄마 화장실’을 자랑하려고 데려간다. 길임은 칭송한다. 뽀송뽀송한 화장실 바닥, 눈부시게 새하얀 변기, 물 때 끼지 않은 청결한 세면대를.

조금자 씨는 딸들에게 고장의 특산품을 선사하려고 당신의 전 직장으로 간다. 굴비가게. 주차가 복잡해서 나는 차 안에 있는다. “나는 새끼들한테 해준 것이 없어라우.” 회한에 찬 조금자 씨의 음성이 들린다. 밥상 예절을 못 익히는 조금자 씨의 근원은 조금만 파헤치면 보일 것 같다.


기골이 장대했던 젊은 조금자 씨는 마흔한 살 때부터 장정들하고 똑같이 공사장에서 일했다. 퇴근해서는 셋집 부엌에서 딸들의 속옷을 삶았다. 블라우스를 다리고 김치를 담고 네 아이의 공납금과 버스비 걱정을 하면서도 참고서와 나이키 운동화를 사주었다. 딸들이 친구들을 데려오면 한솥 가득 떡볶이를, 명절 끝에는 고기 듬뿍 넣은 잡채를 해줬다.


해준 게 많은 사람은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셀프 가스라이팅한 사람에게는 복이 있나니 조금자 씨는 무릎이 한 번도 아픈 적 없다. 새벽마다 힘차게 걸어와서 공원 화장실 두 곳을 청소하고 1시간 이상 운동한다.



#엄마

#최길임_영광8경구경못함

#엄마의당부_길임아또와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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