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 무섭당

by 배지영

토요일 북마켓에서 만난 뜻밖의 사람은 ‘목동에서 온 아이’ 오화진. 남들한테는 사촌 동서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육촌 동서 사이.


“오화진, 군산 언제 왔어?”

생리 직전이라서 얼굴이 터질 듯 부어 선글라스를 낀 나는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에 눈이 크고 반짝거리는 오화진을 불러 세웠다.

“형님, 못 알아봤잖아요.”

“오화진, 어떻게 시간 낸 거야?”

“근데 금방 가야 해요. 3월에 며칠 휴가니까 그때 올게요.”

오화진은 후리지아 꽃과 세뱃돈 봉투를 내밀었다. 나도 뭐라도 주고 싶었다. 마침 북마켓에서 구입한 책 11권이 있었다. 오화진은 <어떤, 클래식>을 골랐다.


북마켓에서 나는 셀러 아니고 자원봉사자. 책을 구입한 분들에게 줄 굿즈(에코백, 텀블러, 장바구니, 포켓 스탠드) 옆에 오화진이 준 꽃다발을 올려놓았다. 자원봉사 온 한길문고 에세이 작가님들이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자랑했다. “히히, 우리 동서가 주고 갔어요.”


그날 밤, 찬바람을 가르며 스케이트 보드를 탄 강썬님은 나른해 보였다. 샤워한 뒤에는 방문을 닫아버리겠지. 그렇지만 ‘자본’에 대한 대화는 언제 해도 환영받겠지. 머리카락을 안 말린 채로 침대에 기대 스마트폰을 하는 강썬님한테 말을 걸었다.


“강썬아, 서울 사람 되게 무섭더라.”

“뭐가?”

“서울 짝은 엄마 낮에 잠깐 만났거든. 근데 너랑 엄마가 좋아하는 걸 싹 다 파악하고 있더라.”

“.... .....(뭔 말이야?)”

“짝은 엄마가 네 세뱃돈 주고 갔어. 엄마한테는 꽃 주고. 진짜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지 않냐?”


강썬님은 이 맥락 없는 대화를 외면하지 않고 웃음을 띤 채로 몇 분간 더 들었다. 서울 사람 오화진 덕분임. ㅋㅋㅋ

#군산북마켓

#엉덩이로책읽기대회

#오화진_목동에서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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